규제 통했나…5대 은행 주담대 신규취급액 ‘반토막’
10월 일평균 2279억 원
연휴 뺀 9월의 59%
주택거래 감소·대출규제·고금리 등 영향
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이 8월과 9월의 거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위축된 주택 거래,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까지 막을 만큼 강한 은행권의 대출 억제 조치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여전히 높은 금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이달 들어 17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3조 87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이 주택구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집 구입과 관련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보고 있다. 하루 평균 2279억 원 규모로, 9월(3469억 원)보다 34% 정도 취급액이 줄었다.
추석 연휴 사흘(16∼18일)을 빼면 9월 일평균 신규 취급액(3854억 원)은 8월(3611억 원)보다 많은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로,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등에도 영끌이 진정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10월의 경우, 연휴를 고려한 지난달 일평균 취급액과 비교해 감소율이 41%(2279억 원/3854억 원)에 이르러 확실히 증가세가 꺾였다.
영끌이 진정되자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도 눈에 띄게 더뎌졌다. 1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1조 6892억 원으로 9월 말(730조 9671억 원)보다 7221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달 전체 증가 폭(+5조 6029억 원)의 약 13%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425억 원 불어난 것으로, 이 속도대로라면 이달 31일까지 한 달 전체 증가 폭도 1조 3000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끌었던 주택담보대출이 17일 사이 겨우 997억 원(574조 5764억 원→574억 6761억 원) 늘었다. 9월(+5조 9148억 원)과 8월(+8조 9115억 원)의 각 1.7%, 1.1% 수준이다.
은행권은 이런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의 주요 배경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 은행권 가계대출 제한 조치와 금융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9월 실행), 고금리 지속 등을 꼽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잔금일에 실행되는데, 통상적으로 계약일로부터 1∼2개월 후로 잔금일을 지정하는 부동산 거래 관행을 고려할 때 8월부터 줄어든 주택 거래량이 10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급감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인하됐지만,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준금리 인하’ 등의 평가와 함께 피벗(통화정책 전환) 이후 오히려 시장금리가 오르고, 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 압박 탓에 대출 금리를 낮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11월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입주 등이 남아있는 만큼 가계대출 추세와 관련해 아직 마음을 놓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규모가) 1만 2000세대로 워낙 많고, 특히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이 상당수인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집단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