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채 리모델링 후 숙소 활용… 지역 문화·역사 살리자 매력 ‘뿜뿜’ [부산 '빈집 SOS']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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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다자요’ 남성준 대표

빈집 무료로 빌려 수리·관리해 줘
매출 1.5% 기부 마을과 상생 도모

제주도에서 빈집을 숙소로 만드는 ‘다자요’ 남성준 대표. 본인 제공 제주도에서 빈집을 숙소로 만드는 ‘다자요’ 남성준 대표. 본인 제공

“마을 이장님이 ‘빈집을 고쳐준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고마움을 전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지난 13일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다자요’ 남성준 대표는 빈집 숙소가 들어선 마을 분위기를 설명했다. 경관을 해치고 위생을 떨어트리는 빈집이 멋진 숙소로 바뀌자, 지역 주민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2015년 10월 창립된 다자요는 빈집 재생이란 키워드로 전국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날 기준 제주도에 있는 빈집 11채를 고치고 다듬어 멋진 숙소로 바꿔 운영 중이다. 다자요의 첫 시작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빈집 재생이 아닌 플랫폼 사업이 목표였다.

“원래는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중개플랫폼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개발이 지연되면서 자금난이 이어지자 ‘차라리 직접 숙박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남 대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아무렇게 방치된 빈집이었다. 남 대표는 무궁무진한 빈집의 가치를 역설했다. 오래된 건물은 지역 특색을 잘 보여주기에 매력적이란 것이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빈집은 잘 가꾸면 매력적인 장소로 바뀝니다. 마치 우리가 유럽에 가면 오래된 건물에 매력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다자요 측은 10~20년 정도 빈집을 무료로 빌리고 숙소로 운영하는 대신 빈집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빈집 관리가 필요한 소유주와 숙소가 필요한 다자요 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특히 다자요는 단순히 빈집을 청소하는 수준이 아닌 빈집의 고풍스러운 매력과 현대적인 편의 시설이 공존하는 숙소로 만들고자 막대한 돈을 들인다. 통상 빈집 한 채당 2억~4억 원의 단장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이다.

“빈집 물색은 첫 번째 집만 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소문을 들으시고 먼저 우리를 찾아와 빈집을 의뢰하셨습니다.”

허름한 빈집이 멋진 숙소로 변신했다는 소문 덕분에 빈집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남 대표는 ‘내가 갖고 있는 빈집도 빌려 가고 수리해 달라’는 의뢰가 전국에서 400채 넘게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빈집 숙소가 들어선 마을과 상생하는 것도 다자요 목표다. 실제 다자요는 매출의 1.5%를 숙소가 있는 마을에 기부하는 중이다. 또한 숙박객이 마을에서 돈을 사용하면서 마을 경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숙소를 찾은 분들이 그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십니다. 숙소 한두 채로 마을 활기가 돌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시작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남 대표는 지금 숙박업을 제주도 외 지역으로 확장해 보고 싶다는 열망도 드러냈다. 남 대표는 ‘부산에도 빈집을 이용한 숙소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빈집 문제가 심각한 영도구가 대상이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행정 규제를 타파하고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행정 당국이 빈집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말로 의지를 갖고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합니다. 이때 얼마나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를 개선하는지를 통해 그 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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