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하동 대봉감 축제 취소 확정…새판 짠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2년 연속 취소
병해충에 축제 성과 미미…회의론도
전면 개편 필요…관련 용역 추진 검토
경남 하동군 대표 특산물 축제 ‘악양 대봉감 축제’가 2년 연속 열리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병충해로 인한 타격을 입은 데다 축제 개최에 따른 성과가 미미해 결국 취소됐다. 일각에선 대봉감 축제 전면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22일 하동군 등에 따르면 다음달 초 열릴 예정이었던 ‘하동 악양 대봉감 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취소다.
대봉감 축제는 임금님 진상품이었던 악양 대봉감의 우수성을 알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로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여 년 간 해마다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축제 규모를 축소하면서 개최를 이어갔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탄저병과 냉해가 겹쳐 생산량이 평년 대비 1/3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축제가 취소됐다. 올해는 햇볕데임(일소) 피해와 낙엽병이 덮쳤는데, 지난해만큼 피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농민들이 대응에 힘쓰느라 축제에 집중할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농민들 사이에서는 대봉감 축제 개최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열대과일 수입·재배로 대봉감에 대한 선호도가 줄면서 축제를 개최하더라도 예전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해마다 가수 초청공연과 대봉감 품평회, 판매행사 등 주요 프로그램에 변화가 없어 내외부에서 ‘식상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에는 지자체 지원금과 스폰서 지원까지 줄면서 더욱 축제를 열기 힘든 환경이 됐다. 이대로라면 내년 축제 개최 여부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악양면의 한 대봉 재배 농민은 “악양 대봉감의 품질에는 변화가 없다. 대봉감으로 만든 홍시는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별미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갈수록 대봉감을 재배하기 힘들어지는 데다 대봉감의 선호도도 예전 같지 않다. 축제를 개최하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다 보니 내부적으로 축제 개최 여부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동군은 올해 편성된 축제 지원금을 불용 처리하는 대신, 수도권에서 악양 대봉감 판촉 행사를 할 계획이다. 대봉감의 우수성을 알리고 판매량을 늘려 농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군과 농민 모두 어떡하든 내년에는 다시 대봉감 축제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축제 영향력이나 성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봉감 축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단순히 수확물을 판매하는 목적의 축제가 아니라 대봉감 홍시의 인지도를 높이고 나아가 악양 대봉감의 품질을 알리는 목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농민들은 군에 축제 방향성 전문가 용역을 요청했고, 군 역시 용역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축제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동군은 대봉감 시배지로 그 가치를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축제가 열려야 하는데 그 방법을 찾기 위한 용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