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널브러진 ‘킥보드 지뢰’… 불쑥 튀어나올 땐 ‘아찔’ [부산을 바꾸는 에티켓]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을 바꾸는 에티켓] 4. PM(개인형 이동장치)

전동 킥보드·공유형 자전거 등
도로·인도 곳곳 주차 안전 위협
보행자 다리 걸려 넘어지거나
갑자기 튀어나와 불안감 주기도
지난해 사고 64건·부상 66명

#1. 부산대 앞 거리를 지나던 안 모(32) 씨가 갑자기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무릎을 바닥에 찧고 돌아보니 공유형 전기 자전거였다. 안 씨는 “양손에 물건을 들고 걷다가 갑자기 ‘덫에 걸린 동물’처럼 발등이 끼었다”며 “행인이 바닥과 자전거 사이에 낀 발을 빼줘 움직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는 좁은 인도에 가로로 주차된 상태였다”며 “그날 이후 전기 자전거를 신경 쓰며 걷는다”고 말했다.


#2. 부산에는 해변 관광지나 번화가 일대에 ‘신종 고라니’가 출현한다는 비유가 있다. 고라니처럼 불쑥 나타나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를 의미한다. ‘킥라니’라고도 불린다. 옆이든 앞뒤든 킥보드가 빠르게 지나만 가도 간담이 서늘하다. 해운대구 60대 주민 최 모 씨는 “킥보드가 멀리 있더라도 혹시나 싶어 일단 한 쪽으로 피하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도로 위 지뢰’로 여기는 시민과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주차와 주행 에티켓을 제대로 안 지키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PM은 전동 킥보드, 전동 이륜평행차(세그웨이), 전기 자전거 등 전기로 움직이는 1인용 소형 운송 수단을 뜻한다.

PM이 거리 위 장애물로 전락할 때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에티켓 실종도 큰 이유다. 이용자들이 공유형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를 아무 곳이나 두고 떠나고, 업체가 관리를 하지 않는 탓이다. 인도에 여러 대가 널브러진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유동 인구가 많은 건물 입구나 길을 막는 경우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지난 10일 오후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 입구에도 전기 자전거가 떡하니 주차돼 있었다. 영화제를 보러 영화의전당을 찾아가던 관객들이 피해 다니는 모습도 연출됐다. 거리에 방치된 PM은 움직이지 않아도 사고를 일으킨다. 올해 새해 첫날 수영구 민락동에서 자전거를 타던 60대 남성은 길바닥에 널브러진 자전거에 걸려 넘어져 두피가 6cm가량 찢어졌다. 한밤중 어둑한 수영강변을 달리다가 대충 던져둔 공유 자전거에 걸려 사고를 당했다.

PM은 주행할 때도 큰 위협이 된다. 골목이나 교차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인도나 도로 등을 오가며 빠르게 달리는 경우가 많다. 학생 여럿이 한 전동 킥보드에 올라타 불안함을 주기도 한다.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 면허를 소지해야 운전할 수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나 차도 가장자리로 달리는 게 원칙이다.

사고도 잦아졌다. 부산경찰청이 집계한 부산 PM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사고 46건에 부상 48명, 2022년 사고 56건에 부상 65명, 2023년 사고 64건에 부상 6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PM이 가해 차량인 경우에 한정된 수치로 매년 사망자도 1명씩 발생했다.

경찰은 주차와 주행 에티켓을 지키면 시민 불편뿐 아니라 사고도 줄어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부산 남부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나 보행자가 걷는 인도 한가운데 주차하는 건 삼가야 한다”며 “건물 안쪽 외부 공간이나 외벽에 최대한 가깝게 주차해 두면 보행자 불편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