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도입 6개월, 부울경엔 1건도 없다
5월 시행 후 상장사 21곳 공시
지역선 BNK 이달 예고 외 전무
인프라·인력 미비, 컨설팅 부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부족
정부가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밸류업 정책이 지역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정책 발표 이후 6개월간 기업의 밸류업 정책 참여 지표인 ‘밸류업 공시’가 부울경 지역 상장사에서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상장사의 열악한 인프라, 주주 환원 여력 부족이라는 현실과 밸류업 인센티브 미비라는 삼중고가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밸류업 공시 제도를 처음 도입한 뒤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중 21곳이 밸류업 공시를 했다. 밸류업 예고 공시를 포함하면 58곳이다. 하지만 부울경 상장사 146곳의 밸류업 공시는 0건이다. BNK금융지주가 이달 밸류업 계획 발표를 예고 공시한 것이 전부다.
지역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를 외면한 데는 열악한 현실이 자리한다. 부울경에는 코스피 상장사 74개사, 코스닥 상장사 72개사가 있는데 이들 중 중소형 기업들은 대부분 IR부서를 마케팅 부서나 경영 관련 부서와 통합해 운영한다. 주가 부양, 주주 환원 등에 전담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밸류업 공시는 현재 재무제표와 미래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야 해 전문적인 외부 기관 컨설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소모돼 영세한 기업 입장에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부산의 한 자동차부품 기업 IR 담당자는 “밸류업 공시는 단순히 회사 매출이나 실적을 공시하는 기존 공시와는 다르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으로는 시장이 만족할 만한 밸류업 공시가 쉽지 않다”며 “제대로 된 밸류업 공시를 하지 못할 경우 주가 등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 기업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거래소는 지난 7월부터 기업별 밸류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달 기준 부울경 상장사의 컨설팅 신청은 3곳에 그쳤다.
밸류업 정책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는 점도 지역 기업의 밸류업을 주저하게 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밸류업 공시 기업에게 △주주 환원 증가 금액 법인세 5% 세액공제 △투자자 배당 증가 금액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 관련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기업이 밸류업 정책에 참여해도 기업에 주어지는 직접적인 인센티브는 없다. 또한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이 주가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도 밸류업 공시를 꺼리는 요소로 거론된다.
부산의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별도 비용을 들여 용역을 해서 밸류업 공시를 해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보장, 세제 혜택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당장 매 분기 영업 이익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밸류업은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역 설명회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 공시란?
한국거래소 공시 기준에 따라 기업이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비교 지표 및 목표 설정, 계획 수립 등을 담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에 공시하는 것.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