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위조 전세 연장 계약서라도 HUG 보상해야”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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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반환 소송서 원고 승소
유사 소송 법원 판단 엇갈려 혼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6월 부산 HUG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일보DB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6월 부산 HUG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임대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속여 보증계약을 체결했더라도 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보상해 줘야 한다는 두 번째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다른 재판부 판결에선 HUG 측의 손을 들어주는 등 법원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향후 유사한 소송에 혼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7단독 이호태 판사는 22일 수영구 한 오피스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A 씨가 HUG에 제기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 씨는 집주인 B 씨와 2021년 8월 8일부터 지난해 8월 7일까지 보증금 1억 25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3월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B 씨는 HUG에 임대보증금 보증계약을 신청했고, HUG는 같은 해 5월 보증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B 씨가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HUG가 A 씨에게 보증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A 씨는 이 계약을 믿고 지난해 7월 B 씨와 임대차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당시 B 씨의 건물은 건물 가치보다 담보 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더 많아 HUG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웠다. 이에 B 씨는 위조한 전세 계약서를 HUG에 제출했다.

뒤늦게 허위 서류임을 인지한 HUG는 B 씨 명의로 된 건물 보증보험을 무더기로 취소하면서 A 씨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보증계약은 임대 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인 HUG가 임차인이 이미 납부한 임대차보증금의 환급에 대한 이행 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조건부 제삼자를 위한 계약’이다”며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사업은 아닐지라도 성질상 보증보험과 유사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포함해 유사한 소송에서 전세 피해자 측의 손을 두 번, HUG 측 손을 한 번 들어줬다. 지난 5월 부산지법 민사6단독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편을, 지난달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HUG 측 편을 들었다.

최근 엇갈린 법원 판단에 향후 유사 소송에 관심이 집중된다. A 씨처럼 B 씨의 전셋집에 살다가 HUG로부터 일방적인 보증보험 계약을 해지당한 세대는 99가구로 80여 명의 피해자들이 HUG와 민사소송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편을 든 판결은 보증계약 성질을 보험법상 ‘보증보험’으로 봤다. 이 경우는 설사 임대인이 HUG를 속여 보증계약을 체결했더라도 HUG에 배상 책임이 있다. 반면 HUG에게 책임이 없다고 본 판결은 보증계약 성질을 ‘제삼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제삼자를 위한 계약에서는 세입자가 계약의 연장선에 있는 수익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수익자는 계약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효가 되면 보호받지 못한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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