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공방으로 정책 실종된 낙제급 22대 국회 첫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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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25일 종합감사 끝으로 마무리
국민·국익 위한 본연의 역할 되찾아야

2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시작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겸임 상임위원회’(국회 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를 제외한 상임위가 25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올해 국감은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안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정쟁 국감’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방어’에,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에 ‘올인’하다 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 고유의 기능은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시 국감도 3년 만에 이뤄졌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은 정쟁 구도에 밀려 지역 현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래저래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게 식은 이유다.

이번 국감이 민생을 챙기고 정책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해주리라 처음부터 기대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여야 대치 전선이 형성되면서 국민들의 불신과 외면을 자초했다. 야당이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가하면 여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해 맞받아치는 양상이 줄곧 되풀이됐다. 막판에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 사태’가 덮치면서 여야 공방은 한층 격화되는 모습이었다. 남은 종합감사도 김 여사와 이 대표 이슈를 떨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책과 민생은 제쳐놓고 정쟁만 일삼은 국감’이라는 오명, 그 책임으로부터 여야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김 여사가 연루된 ‘명태균 사태’라는 정국의 블랙홀 앞에서 국감이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당위성을 감안한다 해도 이번 국감의 비효율적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반 증인 채택과 잇단 불출석, 과도한 동행명령장 발부는 ‘정쟁 국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루 수십 개 기관을 불러놓고 한 건의 질의도 하지 않는 구태, 생중계 장면도 아랑곳없는 막말과 비속어 남발도 여전했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집권여당 보이콧 등으로 국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해를 제외하면 올해 국감이 최악”이라며 ‘D마이너스’ 평점을 남겼다. 결코 지나친 평가가 아니다.

1987년 개헌으로 부활한 국감은 날카로운 정책 감시의 장으로 기능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쟁의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그만큼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들도 많아졌다. 경실련 조사를 보면, 지난해 국감 이후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상임위가 조사 대상 16곳 중 11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임위 결과보고서가 없으면 정부 기관은 시정 내용을 따를 의무가 없다. 정책 대안 모색이라는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대립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이번 국감 역시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무리 긴박한 정쟁 속에서도 국회가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할 일은 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국감 무용·폐지론’의 확산,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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