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연예인 출입문' 철회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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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인 중에는 장거리 이동을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종종 기저귀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곳곳에 깔끔한 휴게소가 있으며 또 아기도 아닌 성인이 웬 기저귀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한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인기 연예인이 휴게소에 들르면 주변에 인파가 구름 같이 몰리는 데다 혹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하면 아예 화장실 안까지 따라와 문짝에다 귀를 갖다 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 고충이 오죽했을까 싶다. 기저귀를 준비한다는 말이 괜한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한국인의 연예인을 향한 열광은 이처럼 세계에서도 유별난 것으로 익히 소문나 있다. 이미 외국의 많은 언론 매체가 한국인의 광적인 연예인 선호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최근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는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의 모습을 인증샷하려고 로비까지 나와 구설에 오른 일도 있다. 재선 국회의원도 인기 연예인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만큼 대한민국의 일상에서 연예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평소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연예인들의 공항 입·출국 장면이다. 이름난 연예인이 공항에 나타나면 이를 직접 보거나 촬영하기 위해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주변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그가 착용한 옷이며 가방, 신발에다 헤어 스타일까지 모든 게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가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장면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 정도라면 연예인을 위한 별도의 출입문을 마련해 동선을 분리하자는 계획이 있을 법도 하다. 인천공항공사가 실제로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가 특혜 논란에 휘말려 시행 하루 전날인 27일 이를 전격 철회했다. 연예인을 위한 배려가 과도하고 출입문 이용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안팎의 비판을 넘지 못한 것이다.

공사는 별도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그보다는 연예인의 입·출국 사실을 언론이나 팬들에게 알려 이를 통해 협찬비를 챙기려는 기회로 삼는 기획사의 그릇된 버릇부터 없애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해외처럼 유료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혼잡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예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도 이들에 대한 특혜 제공에는 또한 참을 수 없고, 설명하기도 힘든 양가의 감정을 지닌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 말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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