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전에 얼어붙은 '예산 정국'…윤 대통령 연설 불참
윤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 가닥
민주당 "내키지 않으면 불출석하나"
여야 양측 예산 증액·삭감 전쟁 불가피
이재명 1심, 김 여사 특검법…11월 곳곳 충돌
677조 4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 정국’ 이전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이 경우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하게 된다. 이에 국정감사에 이어 한층 강화된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질문에 “현재로서는 국무총리가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을 경우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하게 된다. 시정연설은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하는 연설을 뜻한다.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시작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하고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현직 대통령이 매년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이어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예산 정국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명태균 씨와의 통화와 김건희 여사 의혹이 모든 국정감사 이슈를 덮었던 만큼, 야당의 공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국회 개원식 불참 기록을 남기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시정연설 패스”라며 “후보 시절 기분이 내키지 않아 토론회를 젖히더니 내키지 않으면 불출석하는 버릇은 고치기 어렵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정연설은 한 해 국가를 꾸려갈 살림에 대한 신중한 설명의 자리”라고 덧붙였다.
예산 정국 시작부터 여야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강 대 강’ 대치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7일과 8일 진행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예산 심사 방향을 둘러싸고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정부 긴축 기조를 엄호하고, 민주당은 부자 감세에 따른 긴축을 주장하는 양측의 공방이 전망된다.
예산 삭감과 증액 대상을 놓고도 양측이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추가 발행 사업을 ‘이재명표 사업’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의 증액을 막아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 예산에 대한 야당의 감액 시도를 방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대통령 관련 예산 삭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총선 전 윤 대통령이 연 지역 순회 민생토론회에 대해서 민주당은 선심성 사업으로 규정했고, 김 여사가 관심을 둔 개 식용 종식 관련 예산도 삭감 시동을 걸고 있다. 검찰도 민주당의 타깃이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삭감을 예고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부 예산 방어에 이재명표 포퓰리즘 사업 차단,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표 예산을 모두 삭감하려는 태세”라며 “국정감사와 수준의 여야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이달 양측의 ‘핵심 리스크’를 집중 부각하려는 모양새다. 오는 14일 예정된 본의에서 민주당은 김 여사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 통과를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1심 선고 공판, 25일 진행되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을 계기로 그의 사법 리스크를 재차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