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황금연휴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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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골든위크)는 1950년대 일본의 한 영화사 홍보 전략에서 유래했다는 게 유력한 설이다. 일본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일주일간 ‘쇼와의 날’ ‘노동절’ ‘헌법 기념일’ ‘녹색의 날’ ‘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몰려 있다. 1951년 영화사 다이에이가 이 기간 창립 후 최고 매출을 기록하자 이를 기념해 ‘황금주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홍보 극대화를 위해 ‘골든위크’로 바꿨고 주요 영화가 이 시기를 겨냥해 개봉했다. 1954년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가 하루 차로 도쿄에서 개봉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국경일이나 전통 명절과 연계한 연속된 휴일 개념으로 황금연휴라는 용어가 일반화했다. 여행 레저 등 여가 생활이 다양해지면서 황금연휴는 워라밸의 가치를 넘어 경제적 효과까지 주목받게 됐다. 주 5일 근무제와 대체·임시 공휴일로 황금연휴가 확대되면서 이 시기 인구 대이동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장이 이슈가 되곤 한다. 어찌 됐든 직장인 입장에서는 황금연휴는 늘 가슴 뛰는 일이고 해가 바뀌기 전 다음 해 연휴를 확인하는 일이 이제 연례행사다.

휴일 확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논란거리인 것도 사실이다. 2014년 9월 10일 대체 공휴일이 처음 시행됐고 법제화되기에 이르렀지만 공휴일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기업들은 쉬는 날이 많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휴일수당 지급 등 부담이 커진다며 반발이다. 노동계는 한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23년 1872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OECD 평균 1742시간보다 많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역동 경제 로드맵에서 대체 공휴일 확대와 요일제 공휴일 추진으로 국민 휴식 보장과 일 생활 균형을 맞춰가겠다고 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달 31일 실시한 ‘2025년, 내가 바라는 대체 공휴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가 10월 10일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추석 연휴 최장 10일이 가능하다. 이 기간 항공권은 오픈과 동시에 이미 동이 나고 있다고 한다. 4일 연휴가 가능한 12월 26일(18%)과 6일 연휴를 완성할 수 있는 1월 31일(14%)이 뒤를 이었다. 벌써 내년에 먹고 놀 생각부터 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노동시간 자체가 경쟁력인 시대는 지났다. 어떻게 생산성과 사회적 활력을 높일지가 국가 공휴일 정책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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