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돌봄, 관심을 가지고 돌아본다는 의미
우리에겐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 / 박현순 외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파는 할머니들도 나이 든 남성이 홀로 장을 보러 오는 모습을 보면 걱정을 한다. 하지만 나이 든 여성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짐작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아내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홀로 된 남성의 삶은 고단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남성 노인은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는 것에만 익숙한 탓에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모르기 쉽다. 독거 남자도 먹고 살려면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글을 읽고 가까운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는 돌봄을 키워드로 한 여덟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편돌봄, 자기돌봄, 아이돌봄, 노인돌봄, 젠더돌봄, 가족돌봄, 장애돌봄, 동물돌봄 등이다. 돌봄이란 무엇인가. 돌본다는 것은 관심을 가지고 돌아본다는 의미라고 한다. 돌봄은 취약한 존재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지만, 자신 또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를 때 서로돌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가족이란 무엇인가. 서로돌봄으로 자기돌봄이 완성되는 최소 단위체이다. 돌봄이 개인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면 상황은 뻔하다. 희생의 이름으로 버티는 가족은 언제까지나 가족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돌보는 이들에게도 돌봄이 필요하고, 서로의 취약성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기댈 때 서로돌봄이 완성된다.
돌볼 의무가 있듯이 돌봄을 받을 권리도 있다. 도움을 요청하기에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주기에 망설이지 말아야겠다. 동물돌봄과 관련해서 프랑스는 올해부터 펫숍에서 개나 고양이 등 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새 동물복지법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책을 쓴 필자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남성들은 여전히 돌봄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박현순 외 7명 지음/오이코스인문연구소 엮음/지혜의산/276쪽/1만 5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