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했지만 국민 기대 못 미친 윤 대통령 담화·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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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명태균 의혹에 부정·부인으로 일관
“무엇에 대한 사과인가?” 기자도 의문 표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제 주변 일로 국민께 염려를 주기도 했다”며 사과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는 말도 덧붙였다. 모름지기 사과는 구체성을 가져야 진정성을 얻는 법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사과는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 처와 관련한 관계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사과하는 것”이라고 밝혔을 뿐,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는 모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자신은 늘 국민 곁에서 노력했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과를 통해 날로 악화하는 민심을 달래려 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불신만 더 키운 꼴이 됐다.

이날 담화·회견에서 국민이 가장 기대한 것은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진솔한 해명과 조치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는 “악마화” 운운하며 선을 그었다. 특히 김 여사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에서 남들에게 욕 안 얻어먹고 잘하길 바라는 그런 것”으로 치부하며 국정농단은 아니라고 했다. ‘김 여사 특검’도 “정치선동”이라거나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서 사실상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특검’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6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인식은 민심과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

공천개입·여론조작설이 불거진 명태균 씨 논란에 대한 해명도 실망스러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명 씨와 대선 후에도 통화했음을 참모진·비서실에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대선 경선 막바지 이후로는 통화한 적 없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이 대선 이후 명 씨와 통화한 녹취가 최근 공개된 데 따른 해명인데, 그렇다면 참모진이나 비서실이 대통령의 말을 국민에게 잘못 전달했다는 것이 아닌가. 이를 납득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스스로의 책임을 참모나 비서에게 떠넘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명 씨와 관련해 감출 것 없다”는 해명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140분 동안 27개의 질문을 기자들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기자들조차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의아해했다. 실제로 한 기자는 “사과엔 갖춰야 할 요건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를 하셨다”며 보충 설명을 요구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라고 물었다. 기자들이 국민에 앞서 실망스러움을 표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의혹들이) 사실과 다른 것도 많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요컨대 이날 담화·회견에서는 국민이 기대하던 윤 대통령의 실질적인 사과는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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