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김건희 특검법' 도돌이표 재연이 능사 아니다
민주당, 수사 대상 축소안 14일 처리
대통령·여당, 민심 감안 현실 직시해야
여야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또 한 차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된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한 특검법 수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해당 수정안은 특검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 씨 관련 의혹 등 두 가지로 압축하고,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이를 ‘꼼수 악법’이라고 비판하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특검법 강행, 거부권 행사, 재투표 등의 정쟁 악순환이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내용이 폭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역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에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대국민 담화 이후에도 명태균 씨 관련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명 씨가 김 여사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주장과 함께 대통령 전용 열차에 탑승해 김 여사를 만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본격화되던 2020년 9~10월께 김 여사가 시세조종 공범과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갈수록 김 여사의 연루 정황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 수사의 당위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특검법과 이번 국회에서 재발의한 특검법이 재표결 끝에 연달아 폐기되자 이번엔 수사 대상을 대폭 줄인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이는 여당이 비판해온 독소조항을 줄임으로써,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재표결에 들어갈 경우 여당 내 이탈표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해당 특검법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돼 본회의로 넘어왔다. 야당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심은 현재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엄정한 규명을 원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한동훈 대표를 중심으로, 특검 도입 이전에 대통령 가족의 비위행위 등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자고 야당에 제안함으로써 특검 공세를 방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김 여사 특검법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여권 일각에서도 김 여사 특검법 수용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김 여사 의혹은 윤석열 정부의 최대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국정 지지율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거부권 행사가 능사가 아님을 겸허히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