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몽골인에게 한국 안경사 위상 높여 자랑스럽다” 이상호 유진안경원 대표 안경사
이상호 유진안경원 대표 몽골에 15년간 안경 기증
2만 명에 무료로 기증, 옷 학용품도 전해
내년 1월 500개 만들어 현지 직접 전달 예정
가족 전부 안경 관련…매년 1회씩 가족 전부 참여 다짐
“2011년 부산 부산진구 안경사협회 회장으로 회원들과 나선 몽골 여행에서 봉사 활동을 고민하던 중 몽골체육고등학교에 체육복을 기증하며 시력이 나쁜 몽골 주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몽골 주민에게 안경을 제공해 더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상호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유진안경원 대표 안경사의 몽골과의 인연을 전했다.
이런 인연으로 부산에 온 몽골 유학생들이 안경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안경원을 방문했고, 이들이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면서 몽골과의 특별한 봉사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그렇게 시작한 몽골 안경 봉사가 벌써 15년이 흘렀다. 몽골 전역을 다니며 약 2만 명에 달하는 이들에게 안경을 무료로 전했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유진안경원을 통해 물품과 안경, 학용품, 옷, 인형 등을 기부했습니다. 집에서 쓰지 않는 것들이 몽골에서는 귀하게 쓰인다는 생각을 하니 허투루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는 안경 봉사에 두 아들과 안경사 5~7명도 동행한다.
지난달 몽골 수도 울란바토로 시각장애인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시력검사를 했고 준비해 간 샘플 안경테를 선택하게 했다. 500여 개의 안경을 만들어 이 대표가 내년 1월 직접 현지로 가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한 사람의 작은 기부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삶을 변화시키는 용기가 된다. 가방, 아이 옷, 육아용품, 장난감, 학용품, 생활용품, 주방용품, 시계, 안경 등 기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울란바토르와 제3의 도시 아르항가이 지역의 저소득 및 특수 계층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력검사 및 맞춤 도수 안경 제작,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 돋보기 등의 나눔 활동을 펼쳤다.
그는 봉사 기간 동안 왕복 1000km이상의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며 1000여 명의 소외계층 및 특수계층의 몽골인들을 만나면서 시력검사 및 맞춤형 도수 안경 제작과 6000개의 선글라스를 기증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몽골의 광활한 초원을 생각하며, 몽골인들은 모두 눈이 좋을 것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강한 자외선과 부동시, 혼합 난시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 시력들이 썩 좋지 않다”며 “봉사 활동 기간 현장에서 만난 몽골인들은 안경을 꼭 착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그동안 안경 없이 생활해 온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몽골에서 보여준 봉사 활동은 보여주기식 봉사가 아닌 진정한 봉사 활동이라고 자부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문 기술을 발휘해 해외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여줘 몽골인들에게 한국 안경사들의 위상을 높여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선행에 몽골에서 국가적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몽골 최대 국영방송에서 몽골 현지 취재와 지난달 21일 PD들이 부산 안경점을 방문해 취재해 갔다. 앞서 11월 초에는 몽골 시각장애인협회도 봉사 현장 방문해 취재했다.
이 대표는 “각 지역에서 봉사를 하며 만난 몽골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왔고,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줬다. 안경사들이 제작해 전달해 준 안경을 쓰고 밝은 세상을 보게 된 몽골인들의 미소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몽골 저시력자들을 위한 시력 교정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8월 몽골 시각장애인 협회장 부산 방문 때에도 이 대표의 안경원을 방문, 몽골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2023년부터 몽골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경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몽골 116시각장애인학교를 방문해 약시 학생들을 위한 맞춤 도수안경 제작해 줬다.
이를 위해 몽골 현지에 안경 관련 검안 장비 등을 보내어 봉사 활동 때 사용하고 있으며, 도수 안경 및 특수 안경 등은 한국으로 돌아와 조제 가공해 몽골 현지 방문 직접 피팅해 주고 있다.
특히 아이막(한국의 도) 방문 때에는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700~900km이상 떨어진 곳과 도로 형편이 열악한 지역에서 자동차로 12~15시간 걸려 뒤늦게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봉사 시간이 오후 8시에서 밤 11시 ~12시로 연장된다고 한다.
“홉스골 방문 때 백내장 시기를 놓쳐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를 손자가 3km 되는 거리를 안고 와 상담 때 어떻게 도와 줄 방법이 없어 너무 가슴이 아팠던 사연도 있습니다. 물론 할머니와 손자를 위하여 미리 준비해간 보안경을 피팅, 손자가 할머니의 보안경 착용 후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 대표는 “이전부터 결심한 몽골 21개 아이막 전부를 돌며 안경 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지난 8월 9일~14일에는 안경사인 배우자와 아들 둘과 동생과 안경 봉사 활동을 했는데 앞으로 매년 1회씩 우리 가족 전부가 참여하는 몽골 안경 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다”고 다짐했다.
3년 전부터 안경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가진 지인들이 많은 비용이 들어 가는 것을 보고 혼자보다는 함께하자고 제의해 사단법인 한·몽교류증진협회를 설립해 현재 운영중 이다.
그는 국내 봉사 활동도 빠지는 않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안경 지원과 주민센터,구청, 부산진구 노인회와 연계 무료 안경 맞춤 나눔 행사도 하고 있다.
“봉사 활동은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하면 할수록 빠지는 것 같아 다른 취미 활동을 일체 중단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