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안부, 위법 인사 강행 통영시의회 의장 ‘수사의뢰’ 요구
통영시에 감찰 처분요구서 하달
“위법 알고도 직위 이용해 인사
지방공무원법 위반 수사 필요”
행정안전부가 당사자 동의 없이 집행부와 인사 교류를 강행한 경남 통영시의회 배도수 의장(부산일보 12월 2일 자 11면 등 보도)에 대해 기관장 서면 경고와 함께 수사의뢰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지난달 27일 통영시에 하달한 ‘2024년 하계휴가철·추석명절 공직기강 감찰 처분요구서’를 통해 이같이 통보했다.
공직기강 감찰은 휴가철이나 명절을 앞두고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기 위해 실시하는 특별감찰이다. 통상 금품이나 향응 수수, 수당 부당 수령, 근무지 이탈 등 공직자 비위를 점검한다. 그런데 통영시에 대해선 위법·부당 논란의 단초가 된 지난 7월 9·10일 자 인사명령에 대한 특정 감사를 벌였다.
통영시는 당시 4급 이하 공무원 26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엔 시의회 사무국 소속 5급 1명, 6급 2명, 7명 1명 집행부 파견근무도 포함됐다. 집행부 자원과 맞교환하는 ‘상호 파견’ 형태로 기간은 1년이다. 그런데 이중 2명은 애초 집행부 근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제27조의5 제4항)은 ‘인사교류를 하는 경우 본인 동의나 신청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령에 앞서 행안부 질의를 통해 위법 소지를 인지한 사무국은 인사권자인 배도수 의장에게 불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 취임 전부터 A 씨 파견을 요구해 온 배 의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담당 팀장과 국장은 집행부에 보낼 공문 결재를 거부했다. 그러자 배 의장은 결재 계통을 무시한 채 직권으로 A 씨 파견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앞서 통영시와 시의회로 보낸 질의 회신 공문을 상기하며 문제의 인사 명령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안부는 앞서 사무국이 요청한 ‘공무원 동의 없는 인사교류(상호파견발령)의 법령 등 위반 여부 질의’에서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위반된다”고 회신했었다.
행안부는 “배도수 의장은 위법한 사실을 알고도 1인 단독으로 수기 결재하고 강제로 인사교류를 추진해 개인에게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인사행정 신뢰를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수사의뢰까지 요구했다. 위법 사실을 인지하고도 강행하는 등 고의성이 다분한 만큼 형사적 책임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행안부는 “임용권자라는 직위를 이용해 고의로 인사발령을 하는 등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하였으므로 관련기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통영시는 처분을 미룬 채 행안부에 추가 질의를 한 상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고발로 직권남용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조치 대상과 처분권자가 모두 시의회 의장이라 주체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처음 겪는 사례다 보니 판단이 쉽지 않다. 요구대로라면 배 의장이 본인을 고발해야 하는 형태라 일단 해석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이의 제기를 검토 중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한 달 이내 처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행안부 회신이 오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탓에 결정을 번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 이번 위법 인사에 집행부로 강제 파견된 사무국 직원 2명 중 교통과로 발령된 6급 직원 A 씨는 경남도 소청심사를 거쳐 지난달 29일 시의회 사무국으로 돌아왔다. 소청심사는 공무원 처분에 대해 부당함을 다투는 절차다. 소청위는 두 달여에 걸친 심의 끝에 A 씨가 제기한 ‘파견발령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소청는 결정문에서 ‘해당 인사발령은 법령에 따르지 않은 임의 파견이며, 실질적으로는 인사교류이므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A 씨 파견 명령이 포함된 7월 10일 자 인사명령을 무효화 했다.
배 의장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광호, 김혜경, 배윤주, 최미선 의원은 지난 9월 통영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배 의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위법적 인사를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소청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만큼, 경찰도 이를 기준으로 형법 저촉 여부를 살피고 있다. 최근 A 씨를 비롯한 인사담당 공무원 등 주변인 조사를 마쳤고 배 의장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형법 제123조에서 정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