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등생들까지 빠진 도박 늪, 근절대책 강화할 때다
청소년 1년 새 30배 급증, 저연령화 추세
심각한 사회문제… '쉬운 접근성' 막아야
청소년 사이버 도박이 크게 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경찰이 1년간(2022년 9월~2023년 9월)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청소년 4715명이 검거돼 전년 대비 무려 3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에서 9971명이 검거됐는데, 이 중 청소년이 절반 가까이(47.2%) 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학생이 사이버 도박판을 개설하는 등 도박을 접하는 청소년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범죄의 심각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사이버 도박에 빠져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푸른나무재단 부산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특히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사이버 도박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부산에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1500여 명을 상대로 억대 도박판을 벌인 간 큰 중학생 등 10대 청소년 100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빠지는 주된 이유는 스마트폰을 통한 쉬운 접근성 때문이다.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성인 인증 없이도 도박 관련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 회원가입 시 추천 코드를 입력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모집 방식은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되고 있다. 청소년 사이버 도박에 대한 범사회적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을 범죄가 아닌 놀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사용하는 돈은 주로 용돈 수준의 소액인 경우가 많아, 이를 가벼운 일탈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이버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며,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학업 중단, 가정불화, 심지어 자살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검찰청의 ‘2022년 주요 범죄 유형별 특성’을 보면 강도범죄 소년범의 범행 동기는 ‘유흥·도박비 마련’이 26.8%로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만큼 늦기 전에 근절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초등생에게 확산할 게 우려되는 도박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청소년이 접근할 수 있는 도박 사이트 자체를 줄이는 등의 근절대책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법 도박 사이트를 폐쇄하는 데는 최대 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박 사이트 개설이 엄중한 범죄임을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범죄 집단을 집중 수사해 발본색원하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와 가정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청소년들이 도박 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