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참모들도 몰랐다…해제 요구에 대통령실 ‘침묵’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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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넘으며 갑작스럽게 이뤄져
국회 해제 요구에도 입장 표명 없어
일각선 거부권 행사 검토설 제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대통령실 참모 다수도 발표 직전까지 이를 모르고 있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한 4일 새벽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고 있으며, 대통령실 내부 경비는 한층 삼엄해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 등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는 3일 밤 9시를 넘으며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과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오후 9시 50분께 방송사들에는 윤 대통령의 긴급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평소 대통령실 브리핑이 열리는 브리핑룸의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는 출입기자단 별도 안내 없이 밤 10시 23분께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약 6분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문 전문은 오후 11시 23분, 전속 기사가 촬영한 사진은 11시 9분 각각 언론에 배포됐다.

윤 대통령은 먹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브리핑룸 연단 중앙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준비해 온 긴급 담화문을 약 6분간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 발표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준비해 온 서류 봉투를 다시 들고 일어나 곧바로 퇴장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대통령실 경비·경호는 한층 삼엄해졌다. 0시께부터 청사로 새로 들어오려는 취재진의 출입은 제한됐다. 계엄 선포 전에 청사에 도착해 있었던 기자들에 대한 퇴청 요청은 별도로 없었다.

0시 50분께 용산 청사 내부에서 인근 헬기가 이동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입구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경찰과 군의 통제로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이동 역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직원들은 현재 전원 비상 대기 상태로, 새벽 1시가 지난 시간에도 직원들은 신분 확인을 거쳐 속속 청사에 복귀했다.

국회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소집한 본회의에서 4일 새벽 1시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이후 우 의장은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각각 계엄 해제 요구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지 2시간여 흐른 새벽 2시까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다만 헌법 77조와 계엄법 11조는 모두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거부권 행사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국회의 계엄 해제 안건 가결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제가 아직 대통령실과 어떤 소통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제가 그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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