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 수괴' 수사 대상 尹, 국익 위해 침묵 말고 결단해야
국가 위기로 몰아넣은 건 대통령 자신
스스로 거취 결정하는 게 국민에 도리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신분에서 피의자로 입건되고 출국금지된 데 이어 형법상 내란죄 ‘수괴’로 수사받을 공산이 커졌다.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에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이 내란죄를 저지른 사람을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자, 단순 가담자로 구분하는데 김 전 장관이 종사자로 적시된 만큼 윤 대통령이 가장 ‘윗선’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로 구속되는 헌정사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12·3 비상계엄’이 국헌을 문란하게 한 내란죄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마당이어서 윤 대통령이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국가 비상사태’ 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해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당사자다.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리도록 지시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낸 행위 또한 명백한 위헌에 해당한다. 본인은 국회의원들의 체포를 명령한 적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결단과 지시 없이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군 지휘관들이 위헌적 명령을 속속 증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들에게는 비겁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중요한데 우려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 경찰, 공수처의 동시다발 수사가 중복·혼선을 초래하고 진실 규명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조사하면서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중심 계엄’ 취지로 질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가뜩이나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한데 ‘짜고 치는 수사’로 비치는 날에는 끝이다. 어차피 야당이 ‘내란 진상규명 상설특검’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여당도 상설특검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불행한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비상계엄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 대통령 앞에 놓인 현실은 엄혹하다. 현재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시간의 문제이지 사법적 판단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본인 스스로 국회 탄핵 표결에 앞서 2분짜리 짧은 담화에서 정치적 사법적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것이 순리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국가를 엄청난 혼란과 위기로 몰아넣은 건 대통령 본인이다. 형법 87조는 국헌문란을 내란죄로 처벌한다고 명시하면서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만 규정하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 여당 뒤로 숨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