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대통령 탄핵에 정치 득실 따지는 대응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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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서 유리한 환경 조성될 때 퇴진 의도
헌법 따른 절차 이행만이 혼돈 막는 첩경

9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현 정국을 대하는 여당의 자세가 지나치게 나태하다. 국민 절대다수가 탄핵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중지시키라고 외치는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루자고 한다. 10일 한동훈 대표에게 보고된 ‘정국 수습 로드맵 초안’에는 내년 4~6월께 대선을 치르고 윤 대통령 퇴진은 대선 직전에 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지켜질 공산이 크지 않다.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임기 단축 개헌을 병행하며 내후년 지방선거에서 조기 대선을 동시 실시하는 방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민심에 이반된 것임은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탄핵 대신 소위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한다. 탄핵은 헌재 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 결과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 실상은 차기 대선 관련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술수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판결로, 국민의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윤 대통령 퇴진과 대선 일정을 미루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0일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그런 시간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서 충분히 뒷받침된다.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후폭풍으로 나라가 결딴날 지경인데도 향후 해법을 오롯이 정치적 이해득실의 관점에서 따지는 일이 옳은가. 시민들이 차가운 날씨에도 연일 거리로 나가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것은 비상계엄 사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됐다는 반성은 하지 않는다. 내란죄 피의자로 입건됐음에도 군통수권 등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지금도 행사하고 있다.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윤 대통령인지라 대통령 전용기 점검 이륙 소식 하나에도 온 국민이 화들짝 놀라게 된다. 국민의 이런 불안과 분노를 외면하는 여당의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다.

여당의 ‘질서 있는 퇴진’ 주장에 국민은 공감하지 않는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80%에 이른다. 여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대구·경북과 부울경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수, 학생, 시민단체, 노동계, 예술계, 종교계 등 그야말로 온 국민이 윤 대통령의 직무 즉각 중지와 탄핵을 촉구한다. 그것이 헌법에 따른 절차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든 시간만 끌어보려는 얄팍한 술수가 통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9일 시작된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 국회 청원이 하루 만에 동의자 1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이런 ‘국민의 힘’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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