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당 1억 줄게” 바지사장 세워 32억 탈세한 기획부동산
자신이 되레 가짜 사장 행세
무혐의 처분 3년 만에 들통
징역 4년·벌금 40억 원 선고
고향 친구를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수십억 원 세금을 탈세한 기획부동산 업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1부(이대로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40억 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A 씨는 2013년부터 2014년 초까지 울산 울주군과 경주 안강면 일대 토지 23필지를 총 27억 6000만 원 상당에 매입한 후 필지를 나눠 총 100억 4000만 원 상당에 팔아 72억 8000만 원가량 차익을 챙겼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매매 내역을 법인 장부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수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차명계좌로 빼돌렸다.
특히 법인세가 32억 5000만 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고향 친구 B 씨를 ‘바지 사장’으로 앉히고 몇 달 뒤 아예 폐업해버렸다.
세무 조사를 걱정한 A 씨는 전직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는 C 씨를 찾아가 “고액 세금 체납으로 형사고발이 있을 경우 빠져나올 수 있도록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청탁했다.
실제 탈세 정황을 확인한 세무당국이 A 씨를 조세 포탈 혐의로 고발하자, A 씨는 C 씨 조언대로 친구 B 씨를 진짜 대표로 속이고 오히려 자신이 바지 사장인 것처럼 조작했다. B 씨에게 빌려준 수억 원을 받으려고 잠시 대표 자리를 맡았다며 허위 차용증도 만들었다. B 씨에게는 “수사기관에 네가 대표인 것처럼 진술해 달라”며 “네가 책임지게 되면 징역 1년에 1억 원씩, 총 3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경찰 조사를 받는 기획부동산 직원 등에게도 “실제 대표는 B 씨가 맞다”고 진술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수사기관은 2015년 12월 위조된 차용증과 관련자 거짓 진술을 토대로 A 씨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자신에게 조언해 준 C 씨에게 현금을 3억 원 넘게 줬다.
그러나 3년 뒤 사건 관련자 중 1명이 경찰에서 “진짜 경영자는 A 씨인데, 직원들이 거짓 진술해 처벌받지 않았다”고 실토하면서 범죄의 실체가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포탈한 세금 액수가 상당한데도 아직 납부하지 않았고, 법정에서까지 자신이 실질적인 경영자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을 조언한 C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고향 친구이자 바지 사장인 B 씨에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