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 불씨 남긴 채… ‘북항 1단계’ 갈등 일단 봉합
해수부·부산시·BPA 업무협약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부산시,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BPA)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1단계 재개발사업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의 건립비 부담 여부에 대해선 결정을 유보키로 해 향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게 됐다.
해수부, 부산시, BPA는 23일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친수공간 개방 행사에 앞서 문성혁 장관, 박형준 시장, 강준석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항 북항 1단계 항만재개발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해수부 주고받고 한발씩 양보
여론 뭇매에 사업 추진 합의 도출
트램 비용, 법제처 해석 따르기로
오페라하우스 정권말 결정 부담
다음 정권으로 공 떠넘겨 ‘논란’
업무협약서 주요 내용은 첫째, 1부두는 역사공원으로 변경해 보존하고 복합문화공간 대신 대체되는 공원시설 계획 수립, 둘째, 해양레포츠 콤플렉스는 BPA가 북항 마리나 시설과 연계해 추진, 셋째, 트램 사업 추진과 관련해 기반시설에 트램 차량의 포함 여부는 법제처 법령해석 결과를 따르는 등 그동안 쟁점이 됐던 이견 사항에 대한 합의 내용이 담겼다.
해수부는 4월부터 7월까지 실시한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10월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계획 10차 변경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부산시는 트램 차량 비용을 부담하고, 일부 공공시설(1부두 복합문화공간, 해양레포츠 콤플렉스)의 소유권을 BPA에 넘겨줘야 해서 크게 반발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따라 1부두는 역사공원으로 보존하게 됐고, 1부두 내 복합문화공간은 장소를 옮겨 현재 조성 중인 문화공원 내 공원시설로 짓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소유권은 부산시가 가지게 됐다. 대신 해양레포츠 콤플렉스의 소유권은 BPA가 가지는 등 시와 해수부가 주고 받으면서 한발씩 양보한 모양새가 됐다. 또 트램 차량 비용 180억 원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해서는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정에 따르기로 하면서 갈등을 봉합하는 형국이 됐다.
4월부터 9개월이나 갈등을 끌어오면서 북항재개발 사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부산 시민들의 질타가 잇따르는 등 지역 여론이 점차 악화되자 이해당사자인 해수부와 부산시가 서둘러 수차례의 실무협의회를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또 다른 쟁점이었던 오페라하우스 건립비 지원에 대해선 이번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10차 변경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정을 유보한 채 ‘관계기관 간 협력하에 추가적인 지원가능 방안을 논의해 추진한다’고 합의해 향후 불씨로 남게 됐다.
북항재개발사업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오페라하우스는 당초 사업비 2500억 원에서 최근 토사 처리비 증가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550억 원이 증액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BPA의 건립비 일부 지원(800억 원) 약속이 기획재정부와 해수부의 거부로 틀어지면서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일부에서는 기재부, 해수부 등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현 정권 말기인 시점에서 지원 여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면서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 시민사회단체들은 당초 약속했던 대로 BPA가 오페라하우스 건립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인호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북항재개발은 부산의 지도를 바꿀 중차대한 사업이다. 사업시행자인 BPA가 지원을 약속했던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눈치보기를 할 것이 아니라 해수부 등 정부가 정확한 입장을 조속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현수·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