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불안 해소·경제 위기 극복만은 여야 머리 맞대라
계엄 후 혼돈 지속, 불확실성 커져
국가 정상화만이 국익이자 민생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계엄 사태로 한국 민주주의가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불행히도 이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12·3 내란 사태 후폭풍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경제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정상 국가의 징표인 외교·안보는 사령탑이 공석이 된 채 표류하고 있다. 정정 불안을 이유로 일본 정부가 셔틀 외교 중단을 선언했고, 미국도 북한 비상시 대응 태세를 우려하는 지경이다. 기업 활동과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율은 고삐가 풀린 듯 치솟고 있다. 국가 시스템을 시급히 정상화하지 않으면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계엄 사태로 인한 국정 난맥은 경제에 먹구름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투자 심리 위축의 최대 변수인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어서다.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사태로 요동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외환 시장이다. 달러 대비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 1400원이 무력화되고 1450원을 넘어설 기세다. 외환·금융위기 이후 첫 ‘위기 환율’인 데다 외환 보유액마저 감소한 상태여서 아찔한 현기증이 인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고, 물가는 치솟아 서민 생계가 고통을 받게 된다. 12·3 내란의 출구 전략에서 불확실성의 제거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민 생계도, 국가 경제도 삭풍에 떨고 있다. 연말 성탄 특수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외식·여행업계 등에서는 예약 취소와 연기가 줄을 잇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이은 고환율의 삼중고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해외 신용평가사들도 한국 경제 전망을 잇따라 낮춰 잡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무디스 역시 ‘국가 신용도와 원화 자산 선호도에 부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정 불안이 민생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법은 국정의 정상화뿐이다. 여·야·정은 당리당략에 매달리는 구태를 재연하지 말고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위원 21명 중 6명을 이미 탄핵했거나 추진 중이다. 국무회의 의사·의결정족수를 위협하는 수준이라 국정 혼란 수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 반면 민주당은 ‘여·야·정 3자 비상경제 점검회의’를 먼저 제안했다.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국민의힘 역시 대선 시기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위기 극복에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야·정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혼란 최소화와 불확실성 제거다. 국정 혼란을 틈타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세력은 국민이 심판한다. 대한민국 정상화에 매진하라. 그것만이 국익을 지키고 민생을 보호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