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고3보다 삼권분립 몰라… 80년대 갇힌 윤, 현재에 선 1020”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0~20대 중심 집회 문화 호응
앞다퉈 발언대 올라 소신 밝혀
정치 성향 떠나 시민 공감 확산
"내용 진지한데 분위기는 축제"
14일 탄핵 역대급 인파 몰릴 듯

지난 9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일원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9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일원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체포 부산시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등 전국에서 연일 이어지는 대통령 퇴진 집회들을 두고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집회”라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1020 세대의 집회 참여가 갈수록 늘고 있고, 집회 발언대도 독차지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축제 현장같은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때로는 신선한 시각으로 정치 상황을 날카롭게 꼬집는 발언도 쏟아낸다. 집회 참가자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 낸 발언 영상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지는 일도 생겨난다.

젊은 세대들이 앞장서서 진영과 이념 갈등을 얘기하는 대신 감명을 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국민적 호응도 상당하다. 시간이 갈수록 집회 규모 커지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진솔하고 참신한 발언들이다. 시민들을 자발적으로 광장으로 걸어나오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집회 첫 날인 지난 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부산 서면 일대 현장을 확인한 결과, 10~20대가 연이어 발언대에 올라 소신 발언을 하거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10대들이 앞다퉈 자유 발언을 신청하면서 집회 시간이 예상보다 30분 이상씩 길어지는 경우도 잦다. 한편으로 이들이 정치적 발언에 대놓고 거부감을 표하거나 만류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가 외식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12일 부산 해운대구 한 식당에 예약 취소로 인해 예약명부에 붉은 줄이 그어져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가 외식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12일 부산 해운대구 한 식당에 예약 취소로 인해 예약명부에 붉은 줄이 그어져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집회에 수차례 참가한 부경대 학생 김 모 씨는 “좌우 정치 성향을 떠나서 일반 시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또 거부감 없이 얘기를 하니 ‘내 마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시민단체나 정치 단체에서 발언을 주도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은 축제 같은 분위기도 띤다. 10~20대들은 “대통령 퇴진”을 외치면서도 K팝을 개사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집회장을 찾은 한 50대 남성은 “내용은 사뭇 진지하고 엄숙한데, 분위기는 마냥 어둡지 않고 질서있게 행해져 마치 콘서트, 축제 현장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데, 대통령은 80년대, 정치는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기이한 광경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10대 청소년들의 발언 모습을 담은 영상은 SNS를 통해 전국적 호응도 받고 있다. 지난 8일 부산 집회에 참여한 한 고3 학생은 “대통령이 고3보다 삼권분립을 모르면 어떡하느냐”며 “교과서로만 보던 비상계엄이 책 밖으로 튀어나왔다. 대체 현 정부가 말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발언, 현장에서 큰 공감을 받았다. 자신을 ‘부산의 딸’이라고 소개한 이 학생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12일 기준 조회수 130만 뷰 기록을 앞두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리기만 보였던 중고생들이 외려 순수하게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에 깨어있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참여도 적지 않다. 집회에 참가한 한 중학생은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인데 정부 여당은 왜 의원내각제 하에 가능한 ‘책임총리제’를 들며 정국을 주도하려 하나”고 묻는 등 정치권의 초법적 행태를 정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