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에 매달린 60년… “글로벌 제조기업 입지 강화” [매뉴콘 프로젝트]
2 - 기술혁신 선도-화신볼트산업
고온·고압에도 견디는 제품 개발
6월 부산형 앵커기업으로 선정
올해 수출액 3000만 달러 코앞
항공기 관련 부품 개발 진행 중
1964년 부산에서 설립된 이후 60여 년 동안 극한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특수 ‘볼트·너트’를 생산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알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지난 6월 부산형 앵커기업으로 선정된 사하구 장림동의 화신볼트산업이 그 주인공이다.
꿋꿋하게 체결류 한 우물만 파온 결과, 화신볼트산업은 미국·유럽·중동·아시아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 부품을 공급하며, 올해 수출액 3000만 달러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정태형(43) 대표이사는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의 지원 덕분에 부산형 앵커기업으로 선정되어 부산의 제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제조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신볼트산업의 볼트와 너트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 국내외 발전설비의 가스 및 스팀 터빈은 물론 해양 및 육상 원유 시추 플랫폼, 풍력발전, 잠수함 등 고온, 고압, 부식에 견딜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예를 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은 1600도까지도 올라가게 되는데, 화신볼트산업의 제품은 고온의 환경에서 가스와 증기 등이 새어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해저에서 원유를 시추할 때도 폭발 방지 장치에 체결되어 고압의 환경에서 장기간 부식되지 않으며, 원유의 유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화신볼트산업은 무엇보다 품질관리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체결류의 특성상 미세한 결함 하나도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이사는 “발전 터빈 및 해양플랜트에 사용되는 제품은 특수 볼트 시장에서 최고 난도의 스펙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제품의 높은 품질 안정성과 신속한 납기로, 특수 볼트 분야에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신볼트산업의 제품은 대부분 수출된다. 연간 매출 50조~100조 원 규모의 발전 및 해양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엔 매출 637억 원에 ‘2천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올해는 ‘3천만 불 수출의 탑’ 수상이 확정됐다.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중에, 미국·중동·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석하며 새로운 시장 확대를 목표로 총력을 다한 결과다.
위기도 있었다. 기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던 국내 발전 및 해양플랜트 시장이 탈원전 및 저탄소 정책으로 인해 침체기에 접어들며, 회사도 재정적 위기에 빠지게 된 것. 수출로 눈을 돌리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해외 발전 및 해양플랜트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정 대표이사는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높은 수준의 품질로 무장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며 “중국, 인도 등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크게 벌어져 있던 품질 격차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이 위기 역시, 더 난도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을 찾아 더 높은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화신볼트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과 함께 항공기 관련 부품을 개발 중에 있다. 항공시스템 구성 제품 간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 초내열합금을 사용하여 정밀가공, 피로강도 보증 등 절차를 거친 우수한 제품을 미국 보잉, 유럽 에어버스로 수출할 계획이다. 또 해양 부식방지 친환경 체결류, 수소저장용 탱크 체결류 등에 대한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이사는 “부산은 아시아 해양 물류 중심의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 항만 기술 도입 등 첨단 기술 등에 유연한 모습을 갖춘 아시아의 대표적인 미래도시”라며 “화신볼트산업은 지역의 앵커기업으로 기술 혁신, 산업 생태계 협업 등을 통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며,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