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쓰지 않습니다” 진주시 버스베이 ‘무용지물’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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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1870개 중 버스베이 83개 설치
버스 10대 중 9대 진입 안 해 ‘유명무실’
진주시 개선 착수…일부 구간 폐기 검토

버스베이 바깥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있는 시내버스. 버스베이는 무용지물이다. 김현우 기자 버스베이 바깥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있는 시내버스. 버스베이는 무용지물이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가 원활한 차량 흐름과 승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도입한 버스베이(BusBay)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진주시에 따르면 총 시내버스 정류장은 1870개로, 이 중 83곳에 버스베이가 설치돼 있다. 전체 4.5% 정도로, 나머지 정류장에는 도로 바닥에 버스 정차 구획 표시만 해놨다.

버스베이는 버스가 정차하기 쉽도록 인도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공간을 말한다. 인도 공간이 충분한 버스 정류장 가운데 평소 버스 정차로 인해 도로 통행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주로 설치됐다. 승객들은 승·하차 시 오토바이 등으로부터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도로 1개 차선도 버스가 차지하지 않아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가져갈 수 있다.

차량 통행에 영향을 주지 않고 승객을 안전하게 승·하차시킬 수 있도록 설치된 교통시설이지만 진주시 버스베이는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내버스 10대 중 9대가 버스베이에 진입하지 않거나 바퀴 한쪽만 걸친 채 승객들을 승·하차시키고 있는 상태다.

진주에 사는 김동원 씨는 “시내버스가 버스베이에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없다. 원래대로라면 버스가 정차하더라도 교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버스베이에 들어가질 않으니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예산을 들여 만들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베이 규모가 겨우 버스 1~2대 들어가는 크기인 데다 버스가 진출입할 때 필요한 공간까지 감안하면 활용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진주시는 일부 구간 버스베이가 활용성이 없다고 보고 없애는 것도 고민 중이다. 김현우 기자 진주시는 일부 구간 버스베이가 활용성이 없다고 보고 없애는 것도 고민 중이다. 김현우 기자

실제 버스베이는 도로법상 도로 설계속도에 따라 정차 구역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진주시 버스베이는 대다수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시 관계자는 “원도심 버스베이는 신도심과 달리 공간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대부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구축 당시에는 설치 기준이 다소 모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여기에 버스베이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들어서 있거나 본선 교통량이 많은 경우 버스 정차 후 재진입이 어려워 운전자들은 버스베이 완전 진입을 꺼리고 있다. 진주시도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다 보니 단속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따금 민원이 제기되면 현장을 둘러보고 계도하거나 벌금을 매기는 정도다.

한 버스 운전자는 “당연히 버스베이가 있으니, 규정을 지키고 싶지만, 실제 운전해 보면 버스베이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앞에 다른 시내버스가 있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번 버스베이에 들어가면 나오기도 쉽지 않다. 배차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민원이 계속되면서 진주시는 결국 버스베이 개선에 착수했다. 도로나 인도 폭이 충분한 지점은 버스베이 규모를 키우는 반면, 공간 확보가 어려운 원도심에는 버스베이를 아예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시 관계자는 “스마트 버스정류장을 만들면서 순차적으로 버스베이를 개선하려고 한다. 다만 무용지물인 버스베이는 과감하게 없애는 것도 고려 중이다. 차라리 인도를 넓혀 보행자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버스가 차량 흐름을 방해할 수 있겠지만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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