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동질감 느껴" 퇴역 경찰과 퇴역 경주마의 인생 2막 남윤오 동부산승마장 대표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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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경찰 생활 후 정년퇴임
도태되는 경주마 구해주고파
직접 '승용마 전환 교육' 배워
차분하게 뛰고 교감하는 훈련

경찰 퇴직 후 퇴역 경주마와 함께하고 있는 남윤오 씨. 이재찬 기자 chan@ 경찰 퇴직 후 퇴역 경주마와 함께하고 있는 남윤오 씨. 이재찬 기자 chan@

“해운대경찰서에서 경찰로 38년간 생활하다 정년 퇴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을 때, 갈 곳 없는 처지에 놓인 퇴역 경주마를 보며 ‘쟤들도 나처럼 힘들겠구나’ 연민과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부산 기장군 일광읍에서 동부산승마장을 운영하는 남윤오(70) 씨는 경찰 옷을 벗을 즈음 퇴역 경주마와 인연을 맺었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으며 농장 생활을 준비하던 남 씨는 우연히 말 한 마리를 구입했는데, 그 말이 퇴역 경주마였다. 그가 본업에서 물러나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느끼던 때였다. 남 씨는 “퇴역 경주마가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남 씨는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쓸모없다고 판단되면 버려지는 말들을 구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말은 평균 수명이 30년이지만 경주마는 태어난 지 4년 즈음 전성기를 맞는다. 이 시기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도태되면 도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남 씨는 퇴역 경주마들을 데려와 승용마로 전환해 말들에게 ‘쓸모’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접 2년 동안 승용마 전환 교육을 배우고 전문가를 찾아 일본까지 건너가 교육도 받았다. 남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퇴역 경주마들을 데려와 승용마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인연을 맺다 보니 11마리의 명마들과 함께하게 됐는데 그 중 7마리가 퇴역 경주마”라고 말했다.

직접 말들을 조련하며 교감이 한층 깊어졌다. 경주마와 승용마는 달랐다. 경주마는 순간 폭발적인 힘을 내도록 교육 받았고, 승용마는 사람을 안전하게 태우고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게 주 임무다. 남 씨는 직접 말들에게 차분하게 뛰는 습관을 들이려고 보조 장비를 채우고 산과 들을 달렸다.

식단 역시 신경써야 했다. 열량이 높은 사료 대신 건초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다. 영양이 부족하지 않게 비타민도 챙겨줬다. 차분해진 모습이 보이면 식단의 열량을 점차 높였다.

퇴역 경주마들과 함께 승마장을 시작한 지는 벌써 6년이 흘렀다. 여전히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일상이 이어진다. 남 씨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마방 CCTV부터 확인하고 마방을 청소한다. 손님들을 맞아 승마 교육을 하고 승마장 운영이 끝나면 말들을 훈련하고 발굽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발굽 청소를 해 준다. 잠들기 직전에도 CCTV를 통해 말들이 무사히 잘 있는지 확인한다.

건강 관리 시기를 놓치지 않게 신경도 쓰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구충제를 먹이고 사계절 털갈이 시기에 맞춰 알맞은 옷을 입힌다. 요즘 같은 겨울엔 매일 기온을 확인하고 영하로 내려가는 날에는 더 두꺼운 옷을 입혀준다. 행여나 퇴역한 말이라 볼품없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다른 승마장보다도 말 관리에 더욱 애를 쓴다.

남 씨는 “자식처럼 키운 말들이 승마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예쁨 받는 모습을 보면 자식이 칭찬을 듣는 것처럼 뿌듯하다”고 한다. “남은 인생도 말들과 함께 건강히 살아가고 싶다”는 게 남 씨의 소망이다. 그는 “11마리 말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며 “남은 인생이 얼마만큼 길지 모르겠으나 힘 닫는 데까지 말들을 책임지고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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