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204표” 발표에… 일제히 환호한 야당, 허탈하게 자리 뜬 국힘
탄핵 되던 날 여야 표정
국힘 당론에도 단일대오 흔들려
민주 “국민 승리” 박수 치며 환호
오후 7시 24분 대통령 권한 정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난 14일, 국회 안팎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긴장감과 초조함이 맴돈 국회 본회의장 내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의 ‘가(찬성) 204표’ 발언에 야당 의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또다시 ‘탄핵 정국’에 직면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본회의 직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반대 당론’을 정했지만, 부결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7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탄핵 공개 찬성 입장을 냈고, 무기명 투표인 탓에 이탈 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기에 마지막까지 탄핵 찬반을 두고 한동훈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간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의원들은 동요했다.
야당은 ‘양심’과 ‘신념’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마지막까지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국민의힘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당리당략을 따를 게 아니라 양심과 신념에 따라 찬성에 표결하라”며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거부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것은 국민 반역”이라고 강조했다. 그 시각 여의도 일대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집회를 벌이며 탄핵 표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단일대오가 흔들린 채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본회의 직전 기자들에게 “찬성하는 분들과 반대하는 분들의 입장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 현시점을 보는 온도 차가 크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주로 결심이 서서 침묵하는 분위기이고, 반대하는 의원들이 설득하려는 분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안은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우 의장이 “가 204표”를 외치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머리를 감싸 쥐거나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곧장 본회의장을 떴다.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며 “국민의 생업과 일상이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 없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입장을 전했다. “참담하다”, “송구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탄핵소추 의결서는 대통령실로 전달됐다. 김민기 사무총장 등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당일 오후 6시 16분께 탄핵소추 의결서를 가지고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이들은 서문 안내실 인근에서 약 1시간 대기하다 대통령실 본청을 방문, 윤재순 총무비서관에게 탄핵의결서를 전달했다.
2024년 12월 14일 오후 7시 24분. 대통령실에 의결서가 정식으로 전달되자마자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됐다.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은 △국군통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법률안 거부권 △헌법개정안 발의·공포권 △법률개정안 공포권 △예산안 제출권 △행정입법권 △공무원 임면권 등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