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벌떡 일어서 함성… 탄핵 되던 날 전국 집회 현장, 축제판으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벌떡 일어서 함성… 축제판으로
국회 앞 형형색색 응원봉 물결
주먹밥·생수 나눠주며 서로 격려
커피 100잔 선결제한 호주 교민
전포대로 카페 곳곳서 커피 응원

'윤석열 탄핵, 체포 부산 시민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국회 표결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환호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윤석열 탄핵, 체포 부산 시민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에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국회 표결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환호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대형 스크린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단 소식이 전해지자,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바로 울려 퍼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바닥에서 벌떡 일어섰다. 애써 눈물을 삼키는 사람도 있었다.

그 순간, 집회는 사실상 축제로 바뀌었다. 추운 날씨에 구름처럼 몰려든 시민들은 지드래곤 ‘삐딱하게’를 따라 불렀다.

시민들은 기쁨과 후련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연재(29) 씨는 “이 순간을 보려고 왔는데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한규(62) 씨는 “국민에게 총을 겨눈 사람, 언젠가 내려오리라 생각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소미(25) 씨는 “상식이 있으면 계엄령을 선포하면 안 됐고, 본인 뜻대로 나라를 좌우하려 하는 건 대통령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이제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윤석열 퇴진’이 적힌 종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국회 앞은 어둠이 깔려도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환한 모습이었다. 서울 마포구 한 술집에선 탄핵 응원봉을 들고 온 손님에게 대신 계산을 해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부산과 경남 집회에서도 환호가 이어졌다. 경남 김해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김승아(52) 씨는 “너무 기뻐서 자꾸 눈물이 난다”며 “군대에 가 있는 아들이 생각나 더 울컥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해 만든 민주주의인데 윤 대통령에게 배신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집회 현장에선 나눔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국회 주변 길목에선 서로 핫팩과 깔개, 생수, 주먹밥 등을 나눠주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중무장 당했다”고 표현했다. ‘탄핵 밥 먹고 갈래’란 현수막을 내건 부스에선 청소년과 학생에게 주먹밥과 생수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부스를 운영한 권범준(40) 씨는 “학생들이 길에서 밥도 못 먹고 다니는 걸 보고 한 끼라도 먹이고 싶어 주먹밥 나눔을 하게 됐다”며 “하루 3000명 분량 주먹밥을 준비했는데 금방 동이 났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에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운집한 모습. 연합뉴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에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운집한 모습. 연합뉴스

여의도역 여자 화장실엔 ‘시위 참여자를 위한 무료 나눔입니다’라고 적힌 종이 아래 생리대와 화장지가 놓여 있었다. KB국민은행과 현대카드 등은 건물 화장실을 개방하기도 했다.

선결제 열풍도 이어졌다. 부산 금정구 ‘맑은물교회’는 14일 부산진구 전포대로 인근 A카페에 42만 원을 선결제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40잔, 초코 우유 40잔을 집회 참가자들이 가져가도록 했다. 맑은물교회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커피와 초코 우유를 대접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포대로 B카페엔 ‘호주 교민’ 이름으로 아메리카노 100잔을 선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광화문 거리에는 씁쓸함이 감돌았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안 가결을 납득하지 못했다. 보수단체 일부 회원은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떴고, 눈을 감고 태극기를 흔들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광화문 지하철역엔 윤 대통령 가결 소식을 전한 호외 신문이 찢어진 채 버려져 있었다. 울산에서 광화문을 찾은 여세지(17) 군은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결과가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며 “민주당 여론 몰이가 성공했고, 국민의힘이 여론을 무서워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