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의 유령이 돌아다닌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난장, 비엔날레’ 특별전 진행
22일까지 ‘퐁피두의 유령’ 전
유명 작가와 백 여명 시민 참여

‘난장, 비엔날레-퐁피두의 유령’ 전시 전경. 주최 측 제공 ‘난장, 비엔날레-퐁피두의 유령’ 전시 전경. 주최 측 제공

‘난장, 비엔날레-퐁피두의 유령’ 전시 전경. 주최 측 제공 ‘난장, 비엔날레-퐁피두의 유령’ 전시 전경. 주최 측 제공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거부하고, 길항한다’.

마치 독립운동에 나서는 투사처럼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초대장 첫 줄에 나온 문장이다. 언뜻 지난 10여 일 대한민국 국민을 괴롭혔던 비상계엄에 관한 내용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18명의 예술가와 1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이 전시는 ‘난장, 비엔날레-퐁피두의 유령’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22일까지 부산 사상구 공업단지 내 유휴공장인 일산수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논란이 되는 퐁피두 부산분관 설치 반대를 주장하는 작가들, 시민들이 작품을 통해 절박한 심정을 전하고 있다.

김경화, 김주미, 박경효, 방정아, 백보림, 서민정, 안종연, 윤은숙, 이세훈, 이수진, 전기학, 정영인, 정지영, 최승현, 하미화, 허 석, 허태명, 황빛나 등 미술판에선 어느 정도 자리매김이 확실한 작가들이다. 비엔날레 작가는 물론이고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 개인전을 열며 활동하는 작가도 있다.

서로 다른 단체와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연대로 모였다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실 미술 작가는 누구보다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미술관, 갤러리의 기획에 의해 단체전, 기획전을 열기도 하지만 작가들이 스스로 나서 모임을 구성하고 직접 공동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승현 독립 큐레이터는 “퐁피두센터만 들어서면 관광객이 많이 유치되고 좋아질 것이라는 해명은 서구 중심의 근대화·국제화라는 망령을 그저 받들어 모시라는 선동이지 않을까. 마치 퐁피두라는 거대한 유령이 길을 인도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함께 모여 그 진상을 추적해 보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과 11월 영상, 설치, 사진, 회화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본 전시가 열렸고 이번 12월에는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에 반대하는 100여 명의 시민과 예술인의 어반스케치(도시 그림) 결과물을 소개하는 허태명 작가의 특별 프로젝트 ‘어반스케치-퐁반어반’이 펼쳐지고 있다. 관람객들의 참여가 가능한 작품인 전기학, 정영인 작가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난장, 비엔날레’는 ‘난장(Glitch): 길항하는 예술’을 주제로, 고정된 장소나 예산, 운영조직 없이 작가들이 자유롭게 모여 2년마다 여는 전시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