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뒤 열린 첫 증시, 외국인 ‘팔자’ 2500 돌파 실패
개인, 7거래일 만에 매수 나서
단기 이탈 자금 일부 돌아온 듯
외국인 매도로 지수 상승 제한
증권가 “장기적 증시 우상향”
탄핵안 가결 이후 처음 열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이'사자'로 돌아섰지만,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속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로 2500선을 끝내 돌파하지 못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국 안정화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장 대비 0.22%포인트(P) 하락한 2488.97에 마감했다. 투자자별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3688억 원, 21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4767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69%P 상승한 698.53에 장을 마쳤다. 개인이 2090억 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2000억 원 가까운 물량을 팔아치웠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준 종목별로는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2.17%), 삼성바이오로직스(1.32%), 셀트리온(1.45%), NAVER(1.9%)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500원 내린 5만 5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의 경우 HLB(2.36%), 클래시스(2.73%), 신성델타테크(13.41%), 리노공업(2.32%) 등 4개 종목이 상승했다. 나머지 6개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그간 개인투자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리스크로 인해 국내 증시를 외면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부터 13일까지 8거래일간 국내 증시에서 1조 3344억 원의 주식을 시장에 던졌다. 국내 주식을 떠났던 개인투자자가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지난 6일 이후 7거래일 만에 다시 돌아온 모습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로는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계엄 사태 이후 2300선까지 내리막길을 걷던 코스피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5.57% 상승했다.
이 기간 개인과 외국인 모두 순매도를 보였지만, 기관 홀로 순매수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는 개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에도 외국인의 5거래일 연속 '팔자'에 2500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은 '강달러'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원화 가치가 짓눌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에 유입될 이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원 오른 1435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438.3원의 고점을 찍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냈음에도, 달러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결국 시장은 국내 증시를 떠난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정국이 더욱 안정화되면 국내 증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입을 모았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2016년 탄핵안 가결 이후 외국인 순매수, 코스피 안정성 강화와 상승세가 전개됐다"며 "향후 코스피의 차별적인 약세에서 벗어나 정상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 바라봤다.
특히 한국은행을 비롯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통화 긴축 기조에서 '피벗(통화 정책 전환)'을 단행한 점도 국내 증시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연초 수준인 2600선까지 회복할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 시 국내 증시에서는 연간 낙폭 과대 중 내년에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도체, 은행, 소프트웨어, IT하드웨어, 방산 등 업종의 반등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