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대선 시계 요동치는 대권 지형… 여야 차기 주자 꿈틀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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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사실상 이재명 독주 체제
김경수·김동연 대선과는 거리
국힘, 한동훈 사퇴 내부 혼조세
보수·중도 연합해야 승산 주장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여야 후보 지형도 요동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일부분 덜게 된 이재명 대표의 독주세가 굳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유력 주자인 한동훈 대표가 탄핵 역풍으로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당내 레이스의 가변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의 반사 이익을 보게 된 민주당의 경우, 조기 대선 국면이 전개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아성이 한층 공고해졌다. 이 대표의 최대 약점인 사법 리스크와 관련, 재판 속도가 가장 빠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대법원의 최종심이 나오기 전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심에서도 1심의 유죄 판단이 유지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일단 출마 자격을 박탈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반면 이 대표 대항마로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세력 확보에 공을 들이던 김동연 경기지사는 일단 계엄 정국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데다, 대선 일정이 빨라지면서 지사 재직 중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추가로 짊어지게 됐다. 계엄 사태 이후 국내로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역시 대선과는 거리를 둔 ‘로키’ 행보를 보인다. 물론 이 대표 역시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실시한 주요 정치인 신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로 ‘신뢰한다’(41%)를 앞서는 등 부정적 여론이 상당한 데다, 공직선거법 2심 결과도 기다리고 있어 실제 조기 대선 국면까지 변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여당이지만 이번 대권 가도에서는 ‘소수파’ 신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여권 주자 지지율은 1위인 한동훈 대표(11%)를 비롯해 조사 대상 모두의 지지율을 합해도 민주당 이 대표 지지율(29%)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지지율 1위인 한동훈 대표도 탄핵 책임론을 앞세운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압박에 이날 당대표를 사퇴하는 등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대신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활동 공간이 커진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에서는 열세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들 뿐만 아니라 박형준 부산시장 등 당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보수 대선판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와 대선 도전을 검토 중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까지 보수·중도 연합이 이뤄져야 그나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탄핵 여파로 보수 내부 균열이 깊어지면서 이런 구상의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당시 홍준표, 유승민 등 보수 후보는 끝까지 결합하지 못했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보수가 분열하면서 현 야권의 승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변수고, 국민의힘은 보수·중도 연합이 관건인 상황에서 이에 적합한 후보에 대한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투표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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