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기후 재앙 맞은 2024년 폭염·폭우에 부울경도 ‘죽을 맛’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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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겨울 내내 이상기후 이어져
6월부터 열대야·9월에도 폭염
부산은 역대 최다 55일 열대야
9월 20~21일엔 물 폭탄 쏟아져
창원·김해 일 최고 강수량 기록
11월 폭설로 경남 대설주의보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8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인근 도로에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있다. 아래는 추석 직후인 지난 9월 21일 부산 곳곳에 2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온천천 체육 시설이 잠긴 모습. 부산일보DB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8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인근 도로에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있다. 아래는 추석 직후인 지난 9월 21일 부산 곳곳에 2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온천천 체육 시설이 잠긴 모습. 부산일보DB

2024년은 역대급 재앙적 기후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부산에서는 올해 최장 연속 열대야, 열대야 일수, 폭염 일수 신기록을 썼고, 김해와 창원에는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극한 호우로 고통받았다.

17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올해는 부울경 지역 역대 기록 경신의 해였다. 봄부터 겨울까지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계절은 없었고, 오죽하면 ‘가을 폭염’ ‘추석 폭염’ 이라는 신조어도 생길 정도였다.

폭염은 부울경을 비롯해 전국에서 나타났다. 서울 등에서는 6월부터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뜻하는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부산에서는 다소 늦은 지난 7월 20일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하지만 지난 7월 25일부터 지난 8월 19일까지 무려 26일이나 열대야가 이어지며 역대 최장 연속 열대야가 이어진 해로 기록됐다. 열대야 일수 자체도 55일을 기록해 이전까지 역대 1위였던 1994년의 47일을 가볍게 제쳤다.

해양성 기후로 극단적 더위가 없는 편인 부산이지만 올해는 열대야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운 폭염도 이어져 신기록을 2개나 깼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올해 부산에서 폭염은 8월에는 15일, 9월에도 7일이나 기록돼, 총 22일로 역대 1위에 올랐다.

통상 추석을 전후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 날씨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추석에도 에어컨이 없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폭염과 열대야가 동시에 찾아오기도 했다.

예상보다 더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태풍보다는 세력이 작지만 ‘작은 태풍’이라고 불리는 열대저압부 영향으로 지난 9월 20~21일 이틀 동안 부울경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 시기 부산 가덕도에 426.0mm의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창원과 김해에는 20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정도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당시 이틀 동안 창원의 누적 강수량은 529.4mm였다. 지난 9월 21일 하루에만 397.7mm의 비가 쏟아져, 창원의 앞선 일 최고 강수량이었던 2009년 7월 7일의 268.0mm를 훌쩍 뛰어넘었다.

김해에도 이날 368.7mm의 비가 내려 2009년 7월 16일의 222.0mm를 넘어 역대 1위 기록을 깼다. 시간당 강수량도 엄청났다. 이날 0시 55분 창원 진북 109.5mm, 김해 81.8mm로 역시 역대 1위에 올랐다.

늦더위에 폭우까지 더해져 부울경에 가을다운 가을이 실종됐다. 늦게까지 더위가 이어진 탓에 단풍도 늦게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설악산에는 첫 단풍이 지난해보다 4일 늦은 지난 10월 4일 시작됐다. 평년과 비교하면 6일 늦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에 찾아온 이른 11월 폭설로 경남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지리산에 첫눈이 내렸고, 이날 경남 거창, 함양, 산청, 합천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cm 이상이 예상될 때 내려지는 특보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30cm에 가까운 눈이 쌓여 기상 관측 이후 역대 3위의 적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겨울은 당초 예상과 달리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부울경의 경우 건조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특보가 이어지고 있고, 예상하지 못한 기후 변화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지방기상청은 “당분간 부산, 울산, 창원, 김해를 중심으로 실효습도가 40% 이하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경남 대부분 지역에서도 실효습도가 45% 내외로 예상된다”며 “대기가 건조한 만큼 화재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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