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국정안정협 참여해 위기 극복에 책임 다해야
경제 살리자는데 여야 따질 문제 아냐
무너진 한국 위상 회복에 적극 나서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첫 만남을 가졌다. 만남의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고 하는데, 정작 대화 내용은 국민의 바람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당초 이번 만남이 양당 지도부의 상견례 성격이 컸던 탓이다. 실제로 이날 만남에서 권 대행은 장관 등에 대한 탄핵 철회 등을 요구했을 뿐, 이 대표의 거듭된 국정안정협의체 참여 요청에는 뚜렷한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에 빠진 국정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길 기대했던 국민들로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시선은 아무래도 국민의힘에 더 쏠리기 마련이다. 정부의 국정 동반자로서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 여당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와 민생이 이른바 내란 정국 탓에 나락으로 떨어지는데도 국민의힘은 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이는 민주당의 여야정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을 대하는 태도에서 확인된다. 정부도 적극 참여하겠다는데, 유독 국민의힘만 거부한다. “여당은 우린데 왜 야당이 나서냐”는 것이다. 위기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자는데 여야를 따져 어쩌자는 건가. 여당이 먼저 제안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의 삶이야 어찌 되든 국정 주도권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그 모습이 참으로 초라하다.
국민의힘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지나치게 느긋하다.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심각한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적극적 재정 투입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추경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는 경제단체들과 한국은행도 요구하는 바다. 추경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고, 따라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추경은 필요가 있을 때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며 딴지를 건다. 이러다 자칫 재정 투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1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함께 외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한국의 경제와 정치 상황은 큰 문제가 없으니 믿어달라’는 게 간담회의 요지였다. 하지만 말로만 믿어달라고 해서 믿어줄 국제사회가 아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출렁이고 한국의 위상은 이미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집권 여당이 야당·정부와 함께 국정안정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은 그러한 행동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 내란 정국에 편승해 나라를 망칠 요량이 아니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