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정국에 시민들 마음 ‘꽁꽁’… 이웃 돕기 '사랑의 온도'도 ‘꽁꽁’
사랑의 열매 기부금 크게 줄어
100만 원 이하 소액 기부 급감
부산 사랑의 온도탑 4.8도 하락
처음으로 목표액 달성 못할 수도
정치·경제 악재, 기부 심리 위축
연말 소외된 이웃을 위해 모금 활동을 진행하는 ‘사랑의 열매’가 계엄 정국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 기부가 큰 폭으로 줄었다.
18일 부산·울산·경남 등 각 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사랑의 열매 희망2025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시작됐지만 시민들의 동참 분위기는 예년만 못하다. 여느 해 같으면 온도탑이 설치된 광장 주변으로 시민들이 오가며 마음을 나누는데 올해는 시민들 발길조차 뜸한 상태다.
올해 부산시 기부금 누계는 지난 16일 기준 27억 7900만 원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억 2400만 원이 줄었다. 사랑의 온도는 4.8도 차이를 보인다. 울산·경남도 마찬가지다. 울산은 지난해 대비 7100만 원, 0.8도, 경남은 1억 3000만 원, 2.4도 떨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해마다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하거나 초과 달성해 왔다. 올가을만 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기부 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어 걱정이 크다. 어려운 이웃이 많은데 도움의 손길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열매는 매년 지역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해 표시된 온도로 그해 모금 목표액 달성률을 공개한다. 모금 목표 금액의 1%가 모이면 1도씩 오르는 방식이다. 2020년 이후 부울경 지역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인 100도를 모두 달성해 왔는데, 올해는 목표액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속된 불경기와 최근 비상계엄, 탄핵 정국 등이 겹치면서 기부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으로 보인다.
창원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해마다 연말이 되면 조금씩 기부를 하지만 올해는 고민 중이다. 사회 분위기가 경직돼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연말임에도 저녁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여서 선뜻 기부하기가 껄끄러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올해는 특히 예년에 비해 소액 기부가 눈에 띄게 줄었다. 부산은 올해 10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는 15억 4900만 원으로, 지난해 16억 9400만 원과 비교해 1억 4500만 원, 8.6% 정도 줄었다. 반면, 100만 원 이하 소액 기부자는 5억 400만 원에서 3억 8900만 원으로 22.9%나 떨어졌다.
울산의 경우 고액 기부는 오히려 늘었다. 올해 10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가 7억 1600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30% 상승했다. 하지만 100만 원 이하에서는 26% 감소했다. 경남은 고액 기부는 1.8% 감소해 근소한 차이를 보였지만, 소액 기부는 38% 떨어져 소액 기부로는 부울경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박선욱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소외된 이웃에게 손 내미는 손길이 얼어붙었다.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를 올려야 이웃과 함께 일상을 맞이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사랑의 열매 희망2025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은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며, 모금액은 사회 문제 대응,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적 돌봄, 교육·자립 역량 강화 등 4대 지원 분야에 사용된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