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봇물 터진 개헌 논의
여당은 물론 野비명계 중심 잇따라 개헌 제안
친명계 "탄핵에 대한 물타기에 불과" 선긋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폐해를 불러왔기 때문에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명분이다.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고, 야권에서도 개헌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반면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은 개헌론을 ‘탄핵 물타기’라고 반대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 현실과 맞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가 개헌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여권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또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야당에 완전히 빼앗긴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계산으로도 볼 수 있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도 개헌 논의에 서서히 발을 담그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 당권 경쟁을 벌였던 김두관 전 의원은 최근 강연에서 “개헌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를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2025년부터 2028년까지 3년으로 단축하고, 중임할 수 있도록 개헌하자는 구체안을 제시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지난 1일 비명계 모임 ‘초일회’와의 만남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19일 외신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고, 조국혁신당도 “제7공화국 개헌을 준비하자”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은 “탄핵 후 조기 대선인데 개헌을 논의하기는 어렵다”(정성호 의원)고 일축했다. 또다른 친명계 의원도 “지금의 개헌론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며 “일단 대선을 치르고 논의하자”고 했다.
결국 개헌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이 대표의 결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반(反) 이재명 정서’가 여전히 강한 상태에서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이 대표도 개헌을 계속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