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입’ 핵심 명태균 법정서 “직업은 프리랜서, 마케터”
‘정치활동 하는 사람’ 아니라는 주장 강조
보석 청구 비공개 “증거인멸 우려 사라져”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명 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프리랜서, 마케터(마케팅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정치활동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23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 씨 등 5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들은 명 씨와 김 전 의원, 명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A 씨,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 대구·경북 예비후보자 B·C 씨다.
명 씨는 공천을 도운 대가로 김 전 의원으로부터 2022년 8월에서 지난해 11월 사이 807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 김 전 의원은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명 씨는 또 지난 9월 검찰 압수수색 직전 처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를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은닉교사)도 받는다. B ·C 씨는 명 씨를 통해 지역구 공천을 받고자 A 씨에게 각각 1억 2000만 원씩 총 2억 4000여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날 명 씨는 수의가 아닌 정장에 남색 셔츠를 입고 법정에 출석, 두 눈을 감았다가 뜨며 다소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방청석에는 명 씨의 아내와 자녀 3명 등 가족이 앉아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원 확인을 위한 인정신문을 진행하며 명 씨의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을 물었다. 이에 명 씨는 자신의 직업을 “프리랜서”라고 했다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고 재차 물으니 “마케터”라고 답했다.
명 씨 측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정치자금법상 기부행위 제한을 두는 ‘그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 왔다. 재판부는 다시 검사 측에 명 씨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증거가 있는지 물었고, 검사는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내년 1월 20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대해 동의·부동의하는 절차인 증거인부를 진행할 예정이다. 통화 기록 등 검찰의 증거 목록이 30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잡은 것이다. 재판부는 그 다음 기일부터 증인신문 등 통상적인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재판을 마치고 곧바로 명 씨의 보석 청구 심문도 진행됐으나 비공개로 이뤄졌다. 명 씨 측 변호사는 취재진에 “명 씨가 핵심 증거인 휴대폰 3대와 USB 1개를 모두 제출했기 때문에 증거인멸 염려가 사라졌다는 변호를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명 씨의 건강이 아주 나쁘기 때문에 보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보석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