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조차 힘들어지는 테니스 엘보”
테니스 엘보, 요리·악수할 때 통증
골프 엘보, 팔꿈치 안쪽 힘줄 손상
한번 손상되면 자연 치유 어려워
충분한 휴식이 최선의 치료 방법
‘저는 테니스를 안 치는데 왜 테니스 엘보가 생기지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테니스를 치지 않아도 테니스 백핸드 동작과 비슷한 동작을 많이 하면 테니스 엘보가 생긴다. 또 요리를 자주 하거나 손잡이 있는 물건을 드는 동작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도 흔하게 생긴다. 골프 엘보도 마찬가지다. 골프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걸레나 행주를 짜거나 망치질처럼 팔꿈치 안쪽 근육을 자주 쓰는 동작을 하면 잘 발생한다.
■테니스 엘보 vs 골프 엘보
테니스 엘보의 진단명은 ‘외측 상과염’이다. ‘상과’는 팔꿈치 양 옆으로 만져지는 돌출 부위를 말한다. 팔꿈치 뼈에서 손목으로 이어지는 힘줄이 안쪽과 바깥쪽에 붙어 있다.
테니스 엘보의 경우 팔꿈치 바깥쪽 뼈에 붙어 있는 부위에서, 골프 엘보는 팔꿈치 안쪽 뼈에 붙어 있는 부위에서 발병한다. 작은 충격이 반복되고 그 충격이 쌓이면서 서서히 통증이 생긴다.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는 통증의 위치와 양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테니스 엘보는 손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팔꿈치 바깥쪽에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팔꿈치가 뻣뻣하거나 컵을 들어 올릴 때 미세한 통증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을 방치하면 점차 물건을 집을 때마다 통증이 심해지고, 악수나 문고리를 돌리는 간단한 동작에서도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게 된다. 한 손으로 술병을 들지 못해 제자에게 교수님이 두 손으로 술을 권했다는 웃지 못할 상황도 생긴다. 더 심하면 젓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골프 엘보는 처음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만 팔꿈치 안쪽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다 점차 손목을 안쪽으로 꺾는 동작이나 팔을 앞으로 뻗는 동작에서 통증이 심해진다. 특히 물건을 쥐거나 비틀 때 통증이 발생하며, 악화되면 손아귀 힘이 약해지고 손목을 구부리기 어려워진다. 두 질환 모두 보통 30~50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당뇨병이나 비만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팔꿈치가 아픈데 왜 손목 사용을 줄일까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해 힘줄에 반복적으로 부하가 가해지면 손상된 힘줄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없으므로 근육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팔꿈치가 아플 때는 손목 사용도 줄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손목과 팔꿈치는 힘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엘보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손목을 조금만 움직여도 팔꿈치가 아프다.
실제로 손목을 들어 올리면 근육이 수축해서 외측 상과에 붙는 신전건(힘줄)에 통증이 유발된다. 반대로 손목을 구부리면 그 근육이 수축해 내측 상과에 붙는 굴곡건을 자극하게 된다. 그래서 팔꿈치가 아프면 손목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나르샤병원 이동기 병원장은 “격렬한 운동이나 육체 노동 후에는 팔꿈치 찜질이나 마사지,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법이다”고 조언했다.
특히 컴퓨터 작업이 많은 경우에는 손목 받침대를 사용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치료 후에도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테니스 엘보가 있을 때는 손등을 하늘을 보게 한 다음 반대편 손을 이용해 아픈 팔의 손등을 바닥으로 내려 뻐근할 정도로 누른다. 이때 팔을 곧게 편 상태로 10초 정도 유지한다. 골프 엘보인 경우는 반대로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고 지긋이 눌러 준다.
■잘 낫지 않고 재발도 잦아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는 잘 낫지 않는다. 힘줄은 치료에 도움을 주는 혈관이 별로 없어 한번 손상을 받으면 자연 치유가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는 잘 안 되지만 재발은 잘된다. 치료를 해서 나았다 하더라도 재발을 막으려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좋아하던 테니스와 골프도 무조건 일단 쉬어야 한다. 과사용을 중지하지 않으면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취미 활동인 경우에는 잠시 중단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직업과 연관된 활동일 경우에는 휴식이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반복적인 과사용으로 인해 고질병으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다.
비수술 치료에는 약물 치료, 주사 치료, 체외 충격파, 물리 치료, 운동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초기에는 물리 치료만 꾸준히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초음파 치료, 레이저 치료 등을 통해 통증을 줄이고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체외 충격파 치료는 만성 통증 환자에게서 좋은 효과를 보이며, 프롤로테라피나 고농도 혈소판 주사 치료(PRP)와 같은 재생 치료도 효과적인 보존 치료다.
이동기 병원장은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는 증상이 가벼울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통증이 심해진 후에는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일상생활의 제약도 커질 수 있어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증의 지속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강도가 세지거나, 밤에 통증으로 잠을 설치거나, 손가락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3~6개월 정도의 비수술적 치료와 휴식 후에도 효과가 없거나 건의 파열이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테니스 엘보의 경우 신전건 봉합술을, 골프 엘보는 굴곡건 봉합술을 시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이 가능해져 피부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관절 내시경 수술은 작은 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해 출혈이 적고 흉터가 작으며,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