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탄핵 심판·내란 수사 빨리 응하는 게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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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수취조차 거부 구차한 시간 끌기
나라 혼란 염려한다면 최대한 협조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서류 수취를 거부한 지 일주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헌재가 서류가 실제 수령되지 않아도 ‘송달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을 23일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 소송 서류가 송달한 곳에 도달된 때부터 서류가 공식 전달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27일로 예고한 변론준비기일도 그대로 확정했다. 서류 수령조차 거부하는 윤 대통령의 비협조와 시간 끌기는 참으로 구차하다. 윤 대통령은 공조수사본부의 소환조사 요구 서류도 수령하지 않고 있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대국민 약속은 결국 다 빈말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책임 회피는 과거 탄핵 사건과 비교하면 유례가 없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뒤 이튿날 서류를 받았고 나흘 뒤 소송 위임장과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탄핵안 의결 직후 약 1시간 만에 서류를 송달받았다. 윤 대통령의 경우 법의 허점을 이용해 지연작전을 쓰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제 헌재가 서류 송달 효력을 인정한 만큼 윤 대통령은 기한 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답변서가 없어도 심판은 가능하지만 관련 절차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였던 사람으로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물을 수밖에 없다.

수사에 소극적인 대목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공조수사본부의 2차 출석요구서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여기서도 ‘수취 거절’ ‘수취인 불명’ 등의 유치한 방법이 동원되는 모습이다. 이런 불응이 이어진다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강제소환의 명분은 이미 차고도 넘치는데, 23일 경찰 국수본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계엄 기획자로 의심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고 한다. 계엄을 위해 대북 위기까지 조장하려 한 것이라면 외환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 대통령 강제소환이 더는 미룰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 불법적 명령을 수행한 현직 장성들, 치안의 최고 책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기초적인 사법 절차조차 거부하며 국민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태를 태연히 자행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국가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탄핵 심판과 수사 외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탄핵 심판과 수사에 최대한 빨리 응하는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수치심을 안기지 않기를 바란다. 혼돈에 빠진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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