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휴대폰에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정황 수두룩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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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휴대전화에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하는 정황이 짙은 녹취가 여럿 들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이 명 씨가 구속 전 은닉했던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명 씨와 공천 관련 통화·메시지를 여러 차례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 씨는 윤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께 윤 대통령과 2분 30분 초가량 통화하고, 50여 분 뒤 김건희 여사와도 1분간 통화했다. 해당 통화 다음날 김영선 전 국회의원은 창원의창 지역구 재·보궐선거 공천을 확정받았다.

명 씨와 대통령 부부의 통화 내용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인 윤상현 국회의원에게 김 전 의원 공천 문제를 재차 부탁하겠다는 취지로 말한다. 이에 명 씨는 “제가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명 씨는 박완수·이준석·윤상현 의원을 거론하며 모두 김 전 의원의 공천에 동의하고 있고, 윤한홍·권성동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알린다. 그간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제기됐으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 씨는 윤 대통령과 통화 이후 김 여사와도 통화를 했다. 김 여사는 명 씨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공관위원장에게 전화를 했으며 김 전 의원의 공천은 잘 해결될 거라는 내용으로 말한다.

명 씨는 공천을 도운 대가로 김 전 의원으로부터 2022년 8월에서 지난해 11월 사이 807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 김 전 의원은 돈을 건넨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명 씨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 파일을 대통령 부부에게 건넨 기록도 확인했다.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전후로 대통령 부부의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으로 4차례에 걸쳐 해당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비공표 여론조사에 대한 보안 유지를 당부했다. 보고서는 명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는 명 씨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 81차례를 실시하면서 조사비용 3억 7000여만 원이 발생했는데, 이를 받지 않는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 명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로 인해 강 씨의 진술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진 모양새다.

한편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 5명은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첫 재판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명 씨는 김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돈은 급여이거나 선거비용 대납분을 상환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으며, 자신은 기부행위 제한을 두는 ‘그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대구·경북 예비후보자 2명으로부터 2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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