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로 소비심리 '꽁꽁'… 코로나19 이후 최대 폭 급락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은행 24일 소비자동향 발표
CCSI 88.4로 2020년 이래 최저
현재경기판단 지수 하락도 뚜렷
미 대선 결과에 정치 불안 겹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12월 소비심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악화했다. 수출 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추가되며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11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현재경기판단(52·-18P)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 2020년 3월(-28P)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향후 경기 전망(56·-18P)도 2022년 7월(-19P)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밖에 현재생활형편(87·-4P), 생활형편전망(86·-8P), 가계수입전망(94·-6P), 소비지출전망(102·-7P) 등도 나란히 내렸다.

한국은행 황희진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가 지수 하락 요인으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3으로, 11월(109)보다 6P 하락했다. 지난 9월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금리수준전망지수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11월 93에서 12월 98로 오히려 5P 상승했다.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공공요금 인상이 우려되면서 물가 전망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90% 이상의 응답이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14일) 하루 전인 13일까지 취합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한국경제가 역성장 등의 충격을 받을 경우 자영업·고령 가구 등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 비중이 약 2배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구조 변화 영향을 건전성 측면에서 평가하기 위해 거시경제 충격으로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출 상환 위험을 추정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경제성장률 1.8%·실업률 2.7%·주택가격 전년동기대비 0.9% 상승' 조건이다. 악화·심각 시나리오는 성장률이 각 1.1%, -0.5%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3.0%, 3.6%로 뛰며 주택가격은 1.7%, 5.4% 뒷걸음치는 것으로 설정됐다.

분석 결과 악화·심각 시나리오에서 대출 가구 중 연체 가구의 비중은 2026년을 기준으로 각 4.1%, 5.1%까지 뛰었다. 2023년 연체 가구 비율(2.5%)보다 각 1.6%포인트(P), 2.6%P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영업·일용직·고령 가구일수록 연체 비중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만큼 경제 충격을 감내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