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없고, 배는 낡고"… 풍어 속 원양어업 '발등의 불'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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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누계 생산량 41만 6451t
최근 5개년 중 가장 실적 높아
장기적으로 어획량·선박 감소
"승무 기준 완화 등 지원 절실"

원양선망어선에서 직원들이 참치를 어획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원양선망어선에서 직원들이 참치를 어획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올해 국내 원양어업 생산량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나며 수출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태평양 참치 어획량 증가와 이빨고기(메로)의 수출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양어업의 경쟁력이 인력 부족과 선박 노후화로 하락하고 있어, 규제 개선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원양산업협회(이하 원양협회)는 올해 10월까지 누적 생산량이 41만 6451t으로 지난해 동기간(33만 9898t)보다 23%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생산 금액은 1조 2945억 원으로 작년(9326억 원) 대비 약 40% 늘었다. 이 수치는 최근 5년(2020~2024년)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지난달과 이달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원양협회는 올해 전체 생산 실적이 평년을 무난히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양어업 전체 생산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태평양 참치 생산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생산량 증가는 수출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10월 누계 원양어업 수출 금액은 6억 5549만 달러로 평년 수준을 웃돌았다. 원양협회 관계자는 “2021년과 2022년 수출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러시아산 명태가 중국의 코로나 검역 탓에 국내를 거쳐 수출했던 특수한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올해 실적은 최근 5년 중에서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메로 또한 최근 10년(2015~2024년) 중 수출 실적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양업계는 이러한 풍어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 보면 원양어업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 세계 어획량 기준 3위였던 한국 원양어업은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기준 18위로 밀려났다. 선박 수도 1990년 810척에서 지난해 201척으로 대폭 감소했다.

원양업계는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토로한다. 선박 운항 전문 인력인 해기사가 부족해 출항이 지연되거나, 조업 중 해기사를 교체해야 할 경우 대체 인력을 찾기 어려워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오션폴리텍과 수산계 고교 승선 실습 과정 등 국내 해기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지만 졸업생들의 원양어선 승선 비율은 매우 저조하다. 한 수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원양어업의 승무 기준 완화와 인력 유지를 위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박 노후화도 원양업계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현재 선령 31년 이상의 노후 어선 비율은 약 80%에 달한다. 새로 선박을 건조하거나 장비를 교체해야 하지만, 대부분 업체가 영세한 탓이 큰 비용을 지출하기 힘든 상황이다. 2019년 이후 신조 선박으로 대체된 어선은 오징어 채낚기 5척, 트롤선 2척에 불과하다.

원양협회 관계자는 “신조 대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업종에도 금리와 상환 조건을 완화하고, 은행 대출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우선순위에서 밀린 선박에는 중고선 도입이나 선박 수리를 지원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양어업은 참치, 명태, 이빨고기 등 연근해에서 확보할 수 없는 어종과 오징어, 꽁치 같은 부족 어종을 해외에서 조달한다. 1960~1970년대 수산물 수출 진흥 정책으로 성장했지만, 1990년대 이후 주요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 선포와 공해 어업 규제 강화로 축소됐다. 현재 세계 여러 국가는 원양어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연안국 어장 입어료를 대납하고 EU는 어선 신조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원양어선의 절반 이상이 선령 5년 미만의 최신식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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