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시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 된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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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교, 자연 재현한 부조회화
김민송, 이미지 조합 환상 풍경
갤러리 우에선 한일 작가전도


오다교 ‘Forest’. 카린 갤러리 제공 오다교 ‘Forest’. 카린 갤러리 제공

비상 계엄과 탄핵, 비행기 사고까지 지난 12월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어수선하다. 이럴 때는 좋은 전시를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새해 첫 주말 가 볼만한 전시 몇 곳을 추천한다.

 먼저 부산 해운대구 카린 갤러리와 RAC갤러리에서 오다교 작가의 ‘Earthlike’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1991년 부산 출생인 오 작가는 프랑스 파리 1대학 조형예술학과 학사를 끝낸 후 2021년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 석사를 졸업했다. 프랑스에서 조형 분야를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동양화를 익히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가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흙을 주재료로 존재의 본질과 흙과 관계있는 것들을 담았다. 기본적으로 흙과 아교, 분채(동양화에 쓰는 물감)를 섞어 판넬에 붙인 작품들이다. 카린 갤러리 지하 2층에는 거친 흙, 긴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결을 만날 수 있다. 조각의 부조처럼 울퉁불퉁 질감이 살아있고 분채와 흙이 만든 오묘한 색은 자연을 닮았다. 울창한 숲의 이끼를 닮은 작품도 인상적이다.


오다교 ‘Still’. RAC갤러리 제공 오다교 ‘Still’. RAC갤러리 제공

 카린 갤러리와 같은 건물 2층에 위치한 RAC갤러리에서는 모래 위로 밀려오는 바다 물결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의 주를 이룬다. 오 작가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갖고 살아가는 현대의 삶 속에서 미약하게 나마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포착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작품 사이즈에 따라 마대를 씌운 판넬, 캔버스, 장지 등을 사용하는데 흙, 모래, 숯, 진주, 조개, 광물성 안료 등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를 흩뿌리고, 칠하고,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흙의 원초적인 질감, 반짝이는 진주 가루에선 생명력이 넘치는 듯하다. 전시는 5일까지 열린다.


김민송 ‘Big rock’. 아트소향 제공 김민송 ‘Big rock’. 아트소향 제공

해운대구 아트소향은 김민송 작가의 개인전 ‘안티키테라(Antikythera)-영원한, 그리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고찰’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이자 이번 전시의 시작이 된 작품 제목이기도 한 ‘안티키테라’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해 발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최초의 천문학 컴퓨터이다. 지난해 그리스와 이탈리아 레지던시 이후 처음 열리는 김 작가의 전시로, 레지던시 기간 현지에서 마주한 자연 현상. 사물을 시각화한 작품들이다.

 전시장 중앙에 있는 가로 2.5m, 세로 3.75m의 대작 ‘Big Rock’은 단연 시선을 압도한다. 사막의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자리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작은 식물과 거대한 바위를 함께 그렸다. 작품은 관객들을 일시에 낯선 세계로 이동시켜주는 것 같다. 그외에 김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 작품이 이어진다. 사실 김 작가의 그림은 실제 풍경이 아니라 김 작가가 평소 수집한 이미지들의 조합이다. 작가가 재구성한 자연은 신화, 탄생과 소멸, 역사가 뒤엉켜 현실과 상상이 넘나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김민송 ‘사막의 밤’. 아트소향 제공 김민송 ‘사막의 밤’. 아트소향 제공

김민송 ‘별을 찾아서’. 아트소향 제공 김민송 ‘별을 찾아서’. 아트소향 제공

김 작가는 “아름다운 자연을 관찰하는 일, 그 시간을 잠시라도 멈춰 수집하는 것, 자연을 관측하는 안티키테라라는 아름다운 기계를 다시 디자인해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전시에선 한쪽 공간에 작가의 수집 공간을 재현했다.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림, 엽서, 지도, 지구본, 직접 그린 에스키스, 판화 원본 등을 보는 재미가 색다르다. 김 작가는 부산대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이 전시는 4일까지 열린다.


한충석 ‘a way to wait’. 갤러리 우 제공 한충석 ‘a way to wait’. 갤러리 우 제공

마츠모토 다키히로 ‘무제’. 갤러리 우 제공 마츠모토 다키히로 ‘무제’. 갤러리 우 제공

정보경 ‘나’. 갤러리 우 제공 정보경 ‘나’. 갤러리 우 제공

기장군에 위치한 갤러리 우는 기획전 ‘Waiting for your Steps’를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관계자는 “기다림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이 속에 무언가를 기대함과 설렘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한충석, 방지영, 윤길현, 마츠모토 다카히로, 요시무라 무네히로, 미유 야마다, 코다이 미시로, 티츠, 정보경, 이윤복 작가까지 한국과 일본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5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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