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판관 임명하고 특검법 수정 타협해 국정 안정을
두 현안 해결 외 막힌 정국 풀 열쇠 없어
여야 모두 조금씩 양보해 타협점 찾아야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국정 대혼란이 2024년 갑진년 마지막 날에도 전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 권한대행이 탄핵소추되면서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부총리 체제가 들어섰지만 헌재 정상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기다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처리도 여야 대치에 막혀 전혀 진척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안공항 대참사까지 더하면서 국민들의 연말연시가 너무나 우울하고 힘들다. 이제는 재판관이든 특검이든 국민 불안을 다독일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이럴 순 없다.
여야가 지금처럼 서로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얽힌 정국은 절대 풀리지 않는다. 그 사이 여야가 입만 열면 꺼내는 국민만 죽어 날 뿐이다. 우선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헌재 재판관 임명부터 물꼬를 터야 한다. 법조계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처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깔끔한 결정을 위해 결원인 헌재 재판관 3명의 보충은 필수적이다. 시간이 지나도 국민의힘이 비빌 여지는 없다. 임명 권한이 있는 최 대행의 족쇄를 풀어주는 게 마땅하다. 관료 출신 대행에게 계속 총대를 요구하면서 그 뒤에 숨기만 한다면 비겁한 여당일 뿐이다. 탄핵심판 절차 지연을 통한 정치적 이득을 노린다면 이 역시 헌법을 짓밟는 짓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재판관 문제에서 물꼬를 튼다면 더불어민주당의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더라도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이 독소 조항으로 꼽는 야당의 특검 추천 조항 등을 제거한 타협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 대통령 측의 내란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여야 합의로 제삼자를 특검으로 추천해도 혐의 입증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야당도 굳이 반대할 명분이 크지는 않지 싶다. 무엇보다 특검 출범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로 갑자기 맞게 된 국가적인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은 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른 정국 현안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물론 한 권한대행의 탄핵심판부터 내란 혐의 조사 등까지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이래서는 작금의 국정 대혼란상 수습은 시간이 흘러도 요원하다. 그 결과는 급격한 고환율로 인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 붕괴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도탄에 빠진 민생이다. 현재 눈앞에 벌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은 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처리에 관한 여야의 타협뿐이다. 내일이면 을사년 새해다.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