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 책] 소멸 시대 폭식 사회 外
■소멸 시대 폭식 사회
서울 블랙홀 현상은 더욱 강고해지고 있다. ‘판교라인’, ‘기흥라인’, ‘의대라인’ 등 최근의 신조어들은 수도권 쏠림의 가속화를 반영하는 생생한 증거들이다. 저자는 비수도권을 소멸 위기로 내모는 ‘수도권 폭식사회’를 위기의 본질로 진단한다. 박정희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균형발전 정책을 평가하고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박현갑 지음/리북/256쪽/1만 5000원.
■삶은 작은 것들로
‘온화하게 강한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 장영희가 생을 마감한 지 벌써 15년이 되었다. 이 책은 그가 남긴 산문 중에서 골라 ‘자연, 인생, 당신, 사랑, 희망’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묶어 낸 문장집이다. 정여울 작가는 “그의 글을 읽으면 사랑과 희망 같은 평범한 단어들이 밤하늘의 별빛처럼 찬란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영희 지음/샘터사/180쪽/1만 8000원.
■영미시의 매혹
영미 시인 가운데 삶의 의미를 만나게 해 줄 스물네 명의 시인을 소개한다. 저자인 김혜영 시인이 각 작품을 정치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조명해 우리 삶과 연결시키고 있다. 한국계 캐시 박 홍의 시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고발, 에이드리언 리치의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한 선언은 사회 구조적 억압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으로 읽힌다. 김혜영 지음/산지니/272쪽/1만 9800원.
■대통령의 독서
‘All leaders are readers’(모든 지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대통령의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요즘 더 피부에 와닿는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이 들려주는 시대를 비추는 지도자의 말과 글을 담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문, 담화문, 기고문 속에 인용이나 참고된 독서의 자취를 따라간다. 신동호 지음/한겨레출판/364쪽/2만 2000원.
■관계도시
코펜하겐은 고층 주거 건물이 거의 없고 저층형 공동주택이 많다. 코펜하겐의 5층 내외 중정형 공동주택은 덴마크 사회가 추구하는 상생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대변한다. 도시 및 건축을 매개로 덴마크와 한국 사회의 특징과 차이를 드러내고, 덴마크적 일상의 배경을 통해 우리의 삶과 일상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박희찬 지음/돌베개/316쪽/2만 5000원.
■안종화 한국영화 40년 약사
안종화는 한국영화사의 초기를 체험하고 기록한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1부에서는 안종화가 집필한 <한국영화 40년 약사>의 특징과 의미를 담았다. 2부에서는 한국영화의 근대적 기반을 다진 안종화의 일대기를 순차적으로 구성해 그의 영화적 발자취와 한국영화사의 주요 사건들을 9개로 정리하여 엮어낸다. 김종원 외 10명 지음/영화진흥위원회 엮음/두두/456쪽/2만 3000원.
■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
작은 죽음은 곧 세상을 떠날 사람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손을 내밀지만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떤다. 오직 엘스와이즈만이 환한 웃음으로 작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병 때문에 잠시도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어렵거나 금기라고 여겨지는 주제들을 이 책에서 섬세하게 녹여 내고 있다. 키티 크라우더 지음/이주희 옮김/논장/32쪽/1만 5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