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대통령 수사권 논란 해소… 내란 규명 ‘속도’
영장 발부로 수사 권한 인정받아
‘직권남용 관련 범죄 해당’ 해석
경험 부족 비판 불식 기회 잡아
수사 기간 ‘체포 뒤 10일’ 불과
짧은 시간 혐의 규명 여부 관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며 법원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 필요성과 동시에 논란이 됐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공조수사본부(공수처·경찰·국방부 조사본부)의 ‘내란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을 체포하더라도 기소권 논란 등으로 향후 수사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판사는 31일 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청구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야간 당직실을 통해 오전 0시에 청구해 33시간가량 지난 끝에 결국 발부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법원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3차례 불응한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검사가 관할 지방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의 중복 소환과 단기간 반복 소환이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에 대한 신변 안전이나 경호 문제 등에 대한 협의·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환이 이뤄졌다며 그동안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에서 크게 문제 삼았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은 이번 영장 발부로 상당 부분 해소되게 됐다. 내란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가 공수처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에 해당해 수사 권한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수사 인력과 경험 부족 등의 비판을 불식시킬 기회를 잡았다. 이번 체포 영장 발부는 공수처 출범 3년 11개월 만에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이어 두 번째다.
향후 공조수사본부가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난제는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 기소 권한이 없어 사건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검찰에 넘겨야 한다. 만일 체포영장 후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공수처의 수사 기간은 체포 후 최대 10일이다. 앞서 이번 내란 사건에 관해 검찰과 구속기간 산정 협의를 진행한 결과, 최대 구속기간 20일 중 열흘씩 각 기관이 피의자 신병을 쥐고 조사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이 공조본과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당초 예상보다 수사 진행 속도는 더뎌질 수도 있다. 다만 공조본은 그간 진행된 수사 결과 등으로도 윤 대통령에 대해 공소제기를 요구하는데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달 27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진술조서 등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면서 윤 대통령의 조사 질문지 등을 준비했다.
하지만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에 윤 대통령을 검찰에 넘겨야 하는 만큼 사건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공수처 안팎에선 여전하다. 공수처가 미진한 부분을 그대로 두고 시간에 쫓겨 윤 대통령 사건과 서류를 검찰에 넘기고, 검찰이 이를 받아 대대적인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무리하게 넘겨받고 수사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1차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대거 바뀐다면 수사력 부족 논란 등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 된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