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일본 환적화물·중국 해상특송 수요 잡아야”
KMI ‘부산항 물동량 유치 방안’
최근 10년 간 성장세 둔화 뚜렷
일본 화물 중 10%만 부산 환적
“지리적 근접성 적극 활용 제안”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이 최근 10년간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 둔화로 성장이 정체되면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일본 환적화물 유치 확대, 터미널 통합 운영, 한중 전자상거래 해상특송 수요 확보 등이 새로운 성장 방안으로 제시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부산항 물동량 유치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항의 물동량 증가율은 2004~2013년 연평균 4.9%에서 2014~2023년 2.4%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입 화물 증가율도 11.2%에서 1.5%로 급감했다. 현재 부산항은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이자 세계 2위 환적항만으로, 전체 물동량의 94.4%가 컨테이너 화물이며 이 중 53.6%가 환적화물이다.
부산항의 성장 둔화 원인으로는 대내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KMI는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세 둔화, 컨테이너선 대형화와 글로벌 얼라이언스(선사 동맹) 재편, GTO(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의 성장 등 대외적인 항만업계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항과 중국 주요 항만의 확장, 동남아시아 항만의 부상으로 아시아 역내 경쟁이 심화된 점도 함께 지적됐다.
동시에 부산항의 구조적인 문제도 성장 발목을 잡았다. 현재 부산항은 북항과 신항의 이원화된 운영으로 인해 연간 약 2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 규모의 환적화물이 이동하며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 신항은 7개 터미널이 분산 운영되고 있어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북항은 하역 능력(465만TEU)보다 높은 670만TEU를 처리하고 있어 포화 상태다.
이에 KMI는 일본 환적화물 유치 확대와 중국 전자상거래 해상특송 수요 유치를 부산항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안했다. 현재 일본 전체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 중 부산항의 환적 비중은 10.2%에 불과해 추가 물동량 유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규슈와 츄고쿠 같은 일본 서안 지역은 부산과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해 신선 화물과 긴급화물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본 동부 지역인 홋카이도와 도호쿠는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을 분석해 부산항 발전에 적극 활용하자는 전략도 제시됐다. 닝보가 있는 저장성은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 세계 최대 소상품 시장인 이우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클러스터다. 닝보와 가까운 부산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전자상거래 물류망을 연계하면, 부산항이 이들의 해상특송 수요를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 카페리를 이용한 차량과 화물의 동시 운송은 소량 다품종 전자상거래 처리에도 효율적이다.
아울러 7개 터미널 운영사로 분산된 부산신항을 물리적 연계성이 높은 터미널 중심으로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언급됐다.
KMI 항만정책·운영연구실 김은우 박사는 “이런 제언들이 적용되면 부산항의 환적 허브 경쟁력이 강화돼 항만 관련 산업 발전과 물류 부가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