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체포영장 집행에 물리적 충돌 우려, 자진 출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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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킨다' 보수 시위대 집결
경호처 협조 않으면 불상사 우려

31일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자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자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계엄 이후의 국정 혼란 수습은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가 합당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는 데 달려 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2명 임명으로 8인 체제가 갖춰져 심리뿐만 아니라 판결에도 지장이 없게 됐다. 경찰·공수처·국방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와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조본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지난달 31일 발부받아 ‘내란 우두머리’를 향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군·경 핵심 간부들이 구속된 마당에 군 통수권자 수사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체포영장’은 국가적 불행이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자진 출두하지 않고 버틴 윤 대통령에 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을 유효 기간인 6일까지 집행한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앞서 압수수색을 거부했던 대통령경호처가 재차 버틸 가능성뿐만 아니라 관저 앞 시위대와의 충돌까지 우려되는 점이다. 공수처는 신병 확보를 위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직권남용과 특수공무방해죄 위반이라는 공문을 경호처에 보낸 상태다. 경호처는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 등에 대해 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111조를 들어 협조하지 않았지만 이번 영장은 제110조, 111조의 예외임이 명시됐다. 체포와 수색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으니 경호처는 법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 관저 앞은 연일 수백에서 수천 명 규모의 탄핵 반대, 보수단체 시위대가 몰려들고 있다. 체포를 막겠다며 도로에 드러눕기까지 하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자칫 불상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 발부를 불법이자 무효로 주장해 시위대를 자극한 꼴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 과정에 무력 충돌이나 불상사가 있을 것에 대비해 경찰 기동대 투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흥분한 시위대를 방패막이로 내세운 채 수사를 회피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든다.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던 대통령의 존엄은 대체 어디로 갔나.

새해 벽두부터 현직 대통령 체포나 무력 충돌 우려를 주요 뉴스로 접하는 국민은 참담하다. 말이 좋아 ‘칩거 상태’지 사실상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내란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각종 논리와 법적 수단을 동원하며 시간을 끄는 모습은 추하다. 게다가 체포·수색 때의 충돌 우려를 적극 해소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애먼 경호처 직원과 관저 앞 보수단체 회원들이 피해를 입어도 된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자진 출석할 것인가, 체포될 것인가. 그 밖의 가능성은 없다. 만일의 불상사를 예방하고, 그나마 남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받으려면, 자진 출석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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