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블루푸드테크, 부산이 주도해야
임정현 화신사이버대 산학협력단장
‘블루푸드테크’는 해양 자원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신산업으로,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루푸드는 기존 식량 생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육상 축산업에 비해 자원 소모가 적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은 블루푸드가 미래 식량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내 블루푸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조 원에서 2030년 1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 5월 ‘세계 시장 선도 K-블루푸드 수출 전략’을 발표하며 블루푸드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수산식품 개발, 수출 스타 품목 육성,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내세우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부산시는 이러한 국가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 최대 수산 도시로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부산은 수산물 유통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수산 식품산업 산출액 1위를 기록하는 명실상부한 수산업 중심지다. 이를 기반으로 부산시는 813억 원을 투입해 수산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 클러스터는 시제품 생산, 품질 분석, 공동 연구를 지원하며, 창업과 네트워크 기능을 결합한 혁신성장 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의 블루푸드 산업은 이미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감천국제수산물도매시장, 충무동 부산공동어시장, 자갈치시장 등 주요 유통 거점은 물론, ‘고래사’ ‘삼진어묵’ ‘은하수산’ 같은 선도 기업들이 블루푸드 혁신의 중심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 기업은 지역 경제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며, 블루푸드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블루푸드 시장이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친환경적 소비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소비자 맞춤형 제품 개발도 미흡하다. 연구개발이 여전히 대학과 국책 연구기관 중심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AI(인공지능)와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한 산업 전환이 필수적이다. IT와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연구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부산의 어업 및 관련 산업은 지역 총산출액의 10.91%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연근해 어획량이 급감하며 전통 어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블루푸드테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부산의 전통 수산업을 미래 지향적 산업으로 탈바꿈시킬 기회다.
이와 더불어 교육과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온라인 기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부산은 블루푸드테크 산업을 뒷받침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블루푸드 산업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부산이 가진 인프라와 기업 역량,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블루푸드테크 산업의 성공 모델을 구축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부산이 블루푸드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