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교육을 기대한 겁니까 [3인3색 性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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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간혹 성교육을 하다 보면 이게 전부냐는 반응을 듣곤 한다. 분명 그 대상에 맞는 내용으로 구성을 했음에도 그런 반응을 볼 때면 더 열심히 성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교육에 이것이 빠졌기 때문에 교육이 부족하다고, 또는 잘못된 것이라고 느낄 것이다. 바로 섹스, 피임, 임신.

과연 모든 성교육에 섹스와 피임이 필요할까?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의 일이다. 두 살 터울의 남매를 양육하는 부모와 첫째인 딸의 상담이었다.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원격수업을 받느라 집에 있다 보니 남매가 티격태격하는 때가 많다고 했다. 이유는 집에 있는 동안 아들인 둘째가 속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데 그것을 불쾌하게 느끼는 누나와 자꾸 싸운다는 것이다. 엄마를 따라온 중학생 딸은 동생에게 ‘극혐’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더러워 보인다는 표현을 쓰며 불쾌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누나는 동생이 그럴 때마다 사진 찍어 버린다며 동생한테 화를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들이 편한 걸 좋아하다 보니 집에서만큼은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일 뿐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고 했다. 얘기를 듣는 순간 이 가족 구성원 어느 누구도 올바른 성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감지했다.

부모는 아들의 편함은 이해했지만 딸의 불쾌감을 이해하지 않았고, 자식들에게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 등을 가르치지 않았다. 딸은 타인의 몸을 어떤 이유로도 함부로 촬영하면 안 된다는 것을 교육받지 못했고 아들 역시 가족일지라도 자신이 아닌 사람이 불쾌감을 느낄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자신의 몸을 아무 데서나 노출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배우지 않았다. 이 가족에게 필요한 성교육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그 내용에 섹스나 피임과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성교육을 통해 인간으로 태어나 내 몸이 소중하니 존중받아야 하는 것, 타인도 존중하며 배려해야 하는 것, 함부로 만지지 않아야 하는 것, 자신의 기분을 잘 말할 줄 아는 것, 싫은 일을 거절하는 것 등에 대해 잘 배워야 한다. ‘이게 성교육이 된다고?’ 하는 것들에 대해 잘 배워야만 좋은 성교육을 받는 것이 된다.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추상적으로 들릴 순 있지만 쉽게 말해 누군가 좋다고 해서 와락 안아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대상에 좋은 마음이 있다면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호감을 표현하되 상대가 불편감을 느끼면 멈추는 것도 배워야 한다. 불편감이 아니어도 아직 자신만큼의 호감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기다려야 하고 타인의 감정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잘 된 후에 서로가 극호감이 될 때 스킨십도 키스도 섹스도 필요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성교육은 섹스를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법,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되는 길을 알려 주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교육이 그 첫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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