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산업 생태계 만들고 수출까지…작은 씨앗이 만든 기적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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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백연구소, 버려지던 동백 씨앗 산업화
비화학적 정제 방식 특허, 식물성 유지 추출
화장품 원료, 식용 오일 등 상품화 수출 개척
연간 40여t 씨앗 수매 농한기 농민 소득 창출

(주)한국동백연구소에서 생산한 동백오일 8t이 올해 첫 일본 수출길에 올랐다. 통영시 제공 (주)한국동백연구소에서 생산한 동백오일 8t이 올해 첫 일본 수출길에 올랐다. 통영시 제공

딱히 쓸데가 없어서 버려지던 작은 씨앗들이 모여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수출까지 하는 효자가 됐다. 겨우내 남해안 곳곳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꽃 씨앗 이야기다.

9일 통영시에 따르면 최근 (주)한국동백연구소에서 생산한 동백오일 8t이 일본 수출길에 올랐다. 수입사는 일본 최대 아동용 화장품 전문기업인 대도춘(주)사다. 수출된 동백오일은 현지에서 고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2013년 시작된 통영산 동백오일 수출은 꾸준히 물량을 늘리며 12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최대 주문사는 일본 대도춘과 프랑스 명품기업 샤넬사다. 한국동백연구소에서는 특허 받은 비화학적 정제 방식을 통해 한해 13t 남짓의 고순도 동백오일을 추출해 낸다. 이 물량 대부분이 두 기업에 납품된다. 올해도 프랑스 등 유렵과 일본에 각각 45만 달러, 35만 달러어치를 공급할 예정이다. 우리 돈 11억 원 상당이다.

통영시 ‘시목’이자 ‘시화’인 동백은 사철 잎이 푸르고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난 겨우내 홀로 꽃을 피운다. 하지만 꽃이 떨어지고 난 자리에 맺는 씨앗은 사용처가 없어서 버려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한국동백연구소는 이 씨앗이 품은 효능과 가능성에 주목했다.

1999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출발한 연구소는 통영시와 손잡고 동백기름 등 동백 씨앗 추출물을 활용한 고부가 가공품 개발에 집중했다. 이를 토대로 식용 오일, 조미김, 피부·머릿결 보호용 에센스, 보습제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한국동백연구소에서 만든 동백유는 국제미각연구소(International Taste Institute) 주관 국제미각상(Superior Taste Award) 심사에서 2016년, 2017년, 2020년 ‘☆☆(별 2개)’ 인증을 받았다. 통영시 제공 한국동백연구소에서 만든 동백유는 국제미각연구소(International Taste Institute) 주관 국제미각상(Superior Taste Award) 심사에서 2016년, 2017년, 2020년 ‘☆☆(별 2개)’ 인증을 받았다. 통영시 제공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개척했다. 특히 식용 오일은 동백 씨앗에서 정제한 최고급 식물성 유지로 2005년부터 미국, 중국은 물론 까다로운 파리지앵 입맛까지 사로잡으면 유럽으로 시장을 넓혔다. 2016년과 2017년 그리고 2020년에 국제 관능 품질평가기관 iTQi(international Taste&Quality institute)가 주관하는 미각상(Superior Taste Award) 평가에서 ‘☆☆’(별 2개) 인증을 받기도 했다. iTQi는 2005년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된 세계적 권위를 지닌 식음료 품질 평가 기관이다. 매년 미슐랭 가이드에 등록된 최고급 레스토랑 셰프와 국제소믈리에협회(ASI), 유럽 15개국에서 선발된 전문가 200여 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전 세계에서 출품된 제품을 평가, 등급을 매긴다.

통영시 특산품 중 하나인 동백화장품 ‘레드플로(redFlo)’도 연구소에서 공급하는 추출물로 개발한 제품이다. 시는 2007년 국내 화장품 전문 기업과 협업해 동백 씨앗을 연료로 한 화장품 상품화에 성공했다. 레드플로 상표를 포함해 제조와 생산 등 모든 공정에 대한 기술권을 가진 통영시는 지식재산권 사용료(로열티)로만 3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동백 관련 제품 판로가 확대되면서 원료가 되는 씨앗 수매도 꾸준히 늘었다. 한국동백연구소는 2011년 15t을 시작으로 2023년 한해 48t을 수매했다. 부산일보DB 동백 관련 제품 판로가 확대되면서 원료가 되는 씨앗 수매도 꾸준히 늘었다. 한국동백연구소는 2011년 15t을 시작으로 2023년 한해 48t을 수매했다. 부산일보DB

2020년에는 한방항노화 현장애로 기술과제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동백 종자뿐만 아니라 동백꽃과 동백나뭇잎을 활용한 항노화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원료가 되는 씨앗 수매량도 꾸준히 늘었다. 통영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연구소는 2011년 15t으로 시작해 2023년엔 48t을 사들였다. 단가는 품질에 따라 kg 당 5000~7000원이다. 덕분에 농한기 지역 농민 600여 명이 씨앗 수확으로 매년 2억 원이 넘는 부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작은 씨앗 하나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낸 셈이다.

한국동백연구소 박원표 대표는 “통영 동백오일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 자랑스럽다”며 “지역 사회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도록 씨앗 추출물 상품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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